북한이 지난 12일 신의주를 '특별행정구'로 지정하면서 채택한 '신의주 특별행정구 기본법'을 21일 즉각 대외에 공개한 것은 특구지정에 대한 북한당국의 의지를 엿보게 한다. 북한은 그동안 경제관련 법령과 제도, 지침 등을 대외비로 관리하면서 외부 유출을 차단한 채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를 통해 부분적으로흘려온 점에 비춰볼 때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한 공개도 이례적이다. 기본법은 신의주특구를 국제적 금융, 무역, 상업, 공업, 첨단과학, 오락, 관광지구로 조성하는데 필요한 제도적 장치를 모두 101조항에 담고있다. 이 법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특구에 입법.행정.사법권을 부여하고 외교업무를 제외한 일체의 사업에 대해 국가의 간섭을 배제한 부분이다. 이는 중앙집권형인 북한의 행정체계에서 파생되는 복잡하고 느슨한 행정 및 각종 규제 조치를 간소화해 기업 활동의 자율성, 편의성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는 라진.선봉경제무역지대의 관리운영 기관을 '중앙무역지도기관'과 해당 중앙기관, 라진.선봉시 인민위원회로 두도록 한 과거 조치가 실익을 거두지 못했다는 자체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특구에 입법회의를 두고 행정집행기관의 수장인 '장관'이 검찰과 재판책임자의 임명.해임권까지 갖도록 한 것은 완전한 홍콩식 행정형태로 특구에 자본주의적 요소를 최대한 가미하려는 조치로 이해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동만 상지대 교수는 "신의주특구 기본법에 입법회의와 장관직을 두도록 한 것은 중국내 홍콩관계와 같이 북한도 '1국양제'를 도입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한 내부에서 자본주의 시험을 본격 시도하겠다는 모험적이고 독특한 발상이다"고 말했다. 또한 특구내에서 국적.민족별 차이를 없애고 외국인도 특구 주민과 동일한 권리와 의무를 부여토록 한 조치는 외국 기업의 투자 유인책으로 해석된다. 특히 김용술무역성 부상이 지난 달 일본의 한 세미나에서 외국기업의 투자지분율을 70~80%로 확대하겠다고 언급한 부분도 이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토지 임대기간을 향후 50년으로 하고 특구의 법률제도를 이 기간에 개정하지 못하도록 못박은 것도 결국 외자 유치의 한 방편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이용권을넘겨주는 값'(임대료)이나 '토지를 사용하는 값'(사용료)이 어느 정도 책정됐는지는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정형곤 통일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의 현재 토지 임대료는 평방미터당 35~45달러로 중국의 20~50달러 보다 높고, 사회간접자본시설(SOC)이 북한보다 좋은 전남 영광의 대불산업단지의 52달러에 비해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라고 말했다. 때문에 특구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북한의 토지 임대료가 보다 낮은 가격으로 책정돼야 한다고 정 연구위원은 설명했다. 이밖에 자체 여권과 구기(區旗), 구장(區章)을 사용토록 하고, 북한내 타 지역여행과 외국 이주에 관한 사무를 독자적으로 맡도록 한 것도 특구의 자율성을 존중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신의주 특구 운영에 관한 법규를 마련했다해도 △특구내에서 거래비용을줄일 수 있도록 행정제도, 금융제도, 기업 구조 등을 국제 규범에 맞게 운영하고 △특구 공무원의 청렴하고 신속한 행정 △계약 자유, 소유권 보장 △SOC 확충 △환전.송금 안전성 보장 등의 조치가 적기에 이뤄지는 것이 특구 성패를 결정지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sknk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