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서 평화와 안정을 실현하고 남북한의 통일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대북한 적대정책이 폐기돼야 하며 주권 존중과 평등이 전제될 경우 북한과 미국은 대화를 통해 현안을 풀어나갈 수 있다고 최수헌(崔洙憲) 북한 외무성 부상이 17일 유엔 총회 본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밝혔다. 최 부상은 미국이 북한을 자국에 "위협"이 되는 "최대의 적"으로 규정하고 "악의 축"을 이루는 국가의 하나라고 지칭하는가 하면 대테러전을 명분으로 "선제 핵공격"까지 거론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부상은 "북한이 자주적인 정책을 견지하고 다른 견해와 이상을 지니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무력 위협을 가하는 것은 매우 부당하며 유엔 헌장과 국제관계의 규범에도 어긋난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에 평화가 유지되는 이유는 순전히북한의 "평화를 사랑하는 정책과 노력 덕분"이라고 주장했다. 최 부상은 "미국이 우리 체제와 주권을 존중하고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평등과 호혜의 원칙 위에서 미국과 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 북미 관계에 대한우리의 일관한 입장"이라고 말하고 북한은 "현안들을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간주한다"고 밝혔다. 최 부상은 "미국이 주권 평등의 원칙 위에서 우리와 실질적인 대화를 할 의사가 있다면 우리는 상응한 대응을 하며 이는 북미간 신뢰 구축을 촉진하고 현안 해결의전망을 열어주게 된다"고 재차 강조했으나 대화를 통해 해결할 현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다. 최 부상은 미국의 대이라크 전쟁 방침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무력의 사용과 강제적 조치, 일방적인 행동"은 국제관계에서 허용돼서는 안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 부상은 이런 견지에서 소수의 강대국으로 이뤄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보다는 유엔 총회가 국제평화와 안보에 관한 문제들을 검토할 수 있도록 권한이 부여돼야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최 부상은 한반도 문제에 관해 "외세의 간섭"으로 6.15 남북공동선언의 이행에 차질이 빚어졌으나 최근들어 남북관계가 본궤도에 재진입한 것은 진실로 다행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최 부상은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회담이 "북-러 관계 진전과 북-일 외교관계 정상화의 전기가 됐을 뿐만 아니라 세계 평화와 안보, 새롭고 공정한 세계질서의 창조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