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시간을 아끼려는 듯 마주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전날 제5차 남북이산가족 단체상봉에 이어 17일 오전 북측 가족이 묵고 있는 금강산 여관에서 개봉상봉을 가진 남쪽 가족 98명과 북쪽 가족, 친척 253명은 50여년동안 쌓인 회포를 반나절만에 풀어놓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그래도 서먹했던 감정을 털어버린 이산가족들의 상봉의 정은 북측이 마련한 공동 중식 시간까지 계속됐다. 재일동포로 일본에서 사업하던 중 북송선을 탔던 아버지 손진황(89)씨와 북측의의붓어머니 류복이(67)씨를 만난 손종학(여.71)씨는 부모님께 큰 절을 올리며 기뻐했다. 손씨는 이어 같이 오지 못한 동생들의 편지와 가족 사진을 꺼내 보였고 아버지 진황씨는 자식들의 편지와 손자들의 사진을 받아 쥐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개별상봉에서 북녘의 수절 아내 김옥녀(78)씨와 아들 상철(53), 딸 영숙(58)씨를 만난 김창빈(78)씨는 내의, 점퍼, 시계 등을 선물하면서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남측 가족 가운데 최고령자인 94세의 정제원 할아버지는 북측의 둘째 아들 동인(56)씨가 가져온 북측 가족의 사진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정씨는 북측 손자들의 이름을 잊지 않으려는 듯 종이를 꺼내 빼곡이 적어내려갔다. 또 북측 최고령자인 아내 박종정(90)씨를 만난 김혜연(93)씨는 귀가 어두워 말귀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 아내의 모습에 애를 태우다가 공동중식시간에 자식들이 음식을 집어주며 살갑게 대하자 환하게 웃었다. 한편 이날 새벽 갑자기 착란 상태(급성섬망증세)를 보인 강기원(91)할아버지는 의료진의 보호를 받으며 이날 오전 8시30분 속초항으로 귀환하는 남북 철도.도로연결실무협의회 제1차회의 남측 대표단과 함께 남으로 후송됐다. 개별상봉과 중식을 마친 이산가족들은 이날 오후 북측 가족에 이어 남측 가족순으로 삼일포 참관관광을 한 뒤 따로 저녁식사를 할 예정이다. 남측 이산가족들은 18일 오전 마지막으로 북측 가족들과 작별상봉을 한 뒤 설봉호 편으로 속초로 돌아온다. (금강산=연합뉴스) 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