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두절과 정전사태, 수용규모를 넘어선 숙소문제 등이 금강산지역에서 잇따라 열리는 남북회담 운영에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회담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금강산에서 집중적으로 개최돼온 당국간 회담이나 실무협의의 장소를 남측과 북측을 오가는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지난 13일부터 금강산여관에서 개최된 남북 철도.도로 연결실무협의의 경우 회담의 정상적인 진행이 어려울 정도로 열악한 여건속에서 치러졌다. 북측이 같은 시기에 제5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의 북측가족 숙소로 금강산여관을 사용하는 바람에 조명균 수석대표를 비롯한 남측대표단은 현대가 지은 컨테이너 숙소에서 숙식을 해결해야 했다. 남측 숙소인 현대 설봉호나 해금강호텔마저 이산상봉을 위해 남측에서 올라온 가족들이 머물러 방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었기 때문. 회담 관계자는 "회담장과 숙소가 떨어져 있어 진행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며 "북측 사정이 어려운 것은 이해하지만 회담 대표단의 숙소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회담장소인 금강산여관 전기사정도 회담의 순조로운 진행을 어렵게 만들었다. 14일 오후 8시 30분께 예고없이 정전사태가 빚어져 12층 연회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공동만찬이 20여분간 지연됐다. 또 엘리베이터도 멈춰 서 수석대표를 비롯한 남측대표단이 캄캄한 계단을 걸어 만찬장에 올라가야 했다. 앞서 10일부터 3일동안 개최됐던 금강산관광 활성화를 위한 당국간 회담의 경우 회담 마지막날인 12일 오전 9시 20분부터 한동안 통신이 두절돼 막판협상을 위한 정부의 훈령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현지 상황 파악조차 되지 않는 사태가 빚어졌다. 이에 따라 금강산에 설치됐던 방송사의 위성장비를 이용해 대표단이 서울에 회담 진행상황을 전달하는 '웃지 못할' 장면이 연출됐다. 회담장면을 담은 사진 전송의 경우도 통신두절로 인해 불가능하거나 몇십분씩 걸리는 바람에 포기하는 경우가 속출했다. 지난 6일부터 역시 금강산여관에서 열렸던 남북적십자회담은 더 열악한 상황에서 진행됐다. 강원도 고성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인해 금강산일대 통신이 완전히 두절되고 장전항에서 금강산여관으로 이어지는 관광도로까지 끊어진 상태에서 회담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북측 연락관은 남측 대표단을 맞이하며 "통신이 완전두절됐고 호텔(금강산여관)도 마비상태"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장재언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장을 비롯한 북측 대표들도 원산과 금강산을 잇는 도로가 곳곳이 끊겨 평양에서 가져온 차량을 이용하지 못했고 만찬을 위해 준비해온 식사재료 운반도 포기해야 했다. 최초의 총재급 회담에 나선 서영훈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북측의 의전용 승용차대신 현대측이 급히 마련한 국산 지프와 쏘나타 승용차로 회담장과 만찬장을 오가야 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북측 관계자들은 "원래 금강산여관은 훌륭한 곳이었는데 현대에 임대권을 넘긴 뒤 방치해둬 엉망이 됐다"고 책임을 남측에 떠넘겼다. 남측에서 금강산 현지를 잇는 교통편으로 현대 설봉호가 유일하기 때문에 회담대표단은 선박운행시간에 쫓기기 일쑤이고 북측이 입출항 승인권한을 갖고 있어 배시간을 제대로 맞추기 힘들다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15일에는 철도.도로실무협의회 막판 타결을 앞두고 낮 12시로 예정됐던 설봉호 출발을 2시간이상 지연시키는 바람에 고령의 이산가족들로부터 항의가 빗발쳤다. 남측 관계자는 "겨울철이 다가오면 난방문제 등 더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면서 "북측도 금강산 현지에서의 회담에 어려움이 크고 운영능력이 한계에 도달했음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금강산=연합뉴스) 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