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앞으로 다가온 평양 북일 정상회담에서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과연 어떤 성과를 거두고 귀국할 지에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 언론들은 지금까지의 북일간 사전 절충 결과라면서 두 정상이 국교 정상화교섭 재개에 합의, `공동문서'를 발표할 것이라고 앞질러 보도하고 있다. 특히 일부 언론은 북한이 최대 현안인 과거 청산 문제와 관련해 일본이 제시한`경제협력' 방식을 받아들였다고 보도, 과연 북한측이 식민지 피해 배상을 요구하던그간의 입장에서 대폭 후퇴한 것인지 정상회담 결과가 더욱 주목되고 있다. 북일 정상이 이번 평양 회담에서 풀어야 할 과제와 지금까지의 북일 절충 내용을 점검해 본다. ▲납치문제 일본으로서는 고이즈미 방북의 성패를 가름할 최대 관심 사안이다. 고이즈미 방북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 의혹' 문제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어야만 한다. 고이즈미 방북 발표 이후 시간이 갈수록 일본 여론의 관심이 이 문제에 더욱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납치 피해자 가족들의 이야기 등이 신문 사회면 등을 도배할 정도다. 현재 일본이 북한에 납치됐다면서 소재 확인 등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는 일본인은 8건에 모두 11명이다. 이 문제는 90년대 중반 이후 일부 언론의 집중 보도를통해 `여론화'되면서 북일 수교 교섭의 본격 의제로 예기치 않게 급부상했다. 납치 의혹 문제는 그후 일본측이 국내 여론 등을 의식, 이 문제 해결없이는 수교 교섭 재개도 없다는 본말전도의 강경 입장을 고수하면서 북한측이 수교 교섭의전제 조건으로 내세워온 `과거 청산' 문제와 함께 그동안 양측 수교 교섭의 양대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일부 언론은 북한이 이 문제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양보'를 해 국교 정상화 교섭 재개라는 정상 합의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고이즈미 총리 등이 회담 개최 목전까지 이 문제의 해결을 재삼 강조하는 것으로 보아 협상이 여전히난항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측은 납치 문제의 해결과 관련, 납치 피해자의 안부 관련 정보 제공, 가족과의 면회, 당사자 일본 귀국 등 3단계 요구 사항을 내걸고 있다. 반면 북한은 납치 문제는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며 일본이 제기하는 문제는 일본인 행방불명자의 소재를 파악하는 인도적인 차원의 문제로 풀자는 태도를 고수해 왔다. 현재로서는 이번 정상 회담에서는 피해자 안부 정보 제공 선에서 이 문제가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과거청산 문제 북한이 국교 정상화의 전제조건으로 선해결을 요구해온 사안이다. 이 문제는 기본적으로 일본보다는 북한측이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의 식민지 지배에 대한 명시적인 사죄와 배상 요구에대해 일본이 65년 한일 국교정상화때의 `경제협력 방식'을 고수, 과거 청산 문제의해결 실마리를 잡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북한측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기때문이다. 일본측은 그동안 이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이 교전 상대국이 아니었다는 점과 한국과의 `형평'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 등을 내세워 `한일방식'을 고집해 왔다. 일 언론들은 북일 양측이 과거청산 문제의 한 축인 식민지 피해 보상 문제를 `한일 방식'으로 해결키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언론 보도대로 북한이 한일방식을 받아들일 경우 경제협력 자금의 규모가 초점이 된다. 북한은 이와 관련, 130억 달러 이상을 일본에 비공식 요구했다는 보도도나오고 있다. 지난 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체결을 계기로 일본이 한국에 제공한 5억달러(무상3억, 유상 2억)를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100억 달러에 달한다는 추산도 있다. 자금 규모 등을 둘러싸고는 일본측의 기본 입장과 함께 한국과의 형평과 군사전용에 대한 미국의 우려 등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하나의 초점인 사죄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이 95년 `무라야마 담화' 수준에입각, 사죄를 표명하되 북한을 의식한 `추가 언급'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은 그동안 일본측이 무라야마 담화 수준의 사죄 방안을 제시한데 대해 무라야마 담화에는 북한에 대한 명시적인 사죄가 포함돼 있지 않다며 거부해 왔다. ▲안보 문제 일본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 등을 잠재적인 안보 위협으로 간주, 이번 정상회담에서 실험 동결 계속 등에 대한 북한측의 확약을 받아내겠다는 입장이다. 북한이 2003년까지 발사실험을 동결하겠다고 밝힌데 대해 실험 동결을 무기한으로 연장시키는 약속을 얻어내 미사일 개발을 사실상 중단토록 하겠다는 게 일본의목표다. 이와 함께 일본을 겨냥한 미사일 배치, 수출 중지도 요구한다는 계획이며 94년의 북미 합의 준수 등 핵사찰 수용을 북한에 촉구할 생각이다. 그러나 미사일 개발 문제 등은 미국의 입장 등이 첨예하게 얽혀 있는데다 북한측도 이 문제에 관한 한 미국과의 협상을 중시하고 있어 일본측의 희망대로 성과를도출해 낼지는 미지수다. 더욱이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지난 12일 미일 정상회담에서 핵미사일 문제에대해 안이한 타협을 하지 말도록 고이즈미 총리에게 주문한 상태다. (도쿄=연합뉴스) 김용수특파원 ys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