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언론의 편향성을 둘러싼 논란이거세게 일고 있는 가운데 5일 오전 국회 언론발전연구회(회장 고흥길)가 `언론의 지지후보 표명 어떻게 보는가'란 주제 아래 토론회를 개최해 주목을 끌었다. 사회를 맡은 고흥길 한나라당 의원은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의 신문처럼 사설을 통해 지지후보나 지지정당을 표명할 때가 됐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고 최근헌법재판소의 박용상 사무처장이 이를 금지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견해를 제시했으나, 아직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면서 진지하고 활발한 토론을 당부했다. 박영상 한양대 언론학과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뉴스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비춰주는 거울이 아니라 언론사나 기자의 주관에 따라 재구성된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지금까지 수사적으로 존재해온 객관주의의 장막을 걷고 신문이공론 역할을 다하기 위해 대화의 기회 확대와 입장 표명에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신문이 `우연한 관찰자'의 입장에서 선거관련 뉴스를 만들기보다는설명하고 평가하고 분석해 유권자의 판단을 돕는 `적극적인 개입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사설을 통한 지지후보 표명은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박교수는 "시기상조론자들이 이유로 내세우는 △신문사 내부의 통제구조△경영진과 편집진의 느슨한 관계 △국민의 의식 수준 △미숙한 토론문화 △선거법의 제한 등에 타당한 근거가 있고 보도와 논평이 구분되기 힘든 풍토가 존재하는 만큼 지지후보 표명 여부는 언론사의 자율적인 선택에 맡기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황인성 서강대 영상대학원 교수는 "독자들도 신문 보도가 객관적이지 않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으므로 신문사마다 지지후보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게 여론 형성에도움을 준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김흥규 한국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편향성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이것이 사회 각계에 골고루 드러날 수 있느냐가 관건이며 이제는 신문사마다 고유한 목소리를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신문기사의 80% 가량이 취재원의 자료 제공을 토대로 한 기사"라면서 "독자들이 사실의 전모를 파악하기 쉽도록 뉴스의 소스를 확실히 밝히는 관행을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욱 한국언론재단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이나 영국과 달리 지지후보를 밝히지않는 독일의 신문 풍토를 소개한 뒤 "우리나라는 방송과 마찬가지로 신문에도 공정성을 기대하고 있는데다가 갈등보다는 조화를 추구하고 비판을 잘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므로 당분간 신문의 지지후보 표명 관행이 정착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경재 한나라당 의원은 "방송의 편향보도 문제는 놓아둔 채 신문의 지지후보표명을 허용한다면 균형이 맞지 않으며 사설로 지지를 표명한 후보의 문제점이 뒤늦게 발견된다면 이를 어떻게 기사화할 것이냐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강신성일 한나라당 의원은 "독자들도 유력지들이 은연중 특정정당이나 후보를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제는 사설을 통해 방향을 제시할것을 바라는 경향으로 바뀌고 있다"며 지지후보 표명에 찬성했다. 반면에 강인섭 한나라당 의원은 "원칙적으로 사설을 통한 공개지지에 찬성하나우리 언론이 낙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만큼 준비가 필요하다"며 시기상조론을 폈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기자 hee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