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북한방문 결정으로 양국간 관계정상화 및 국교정상화 교섭이 급물살을 타게됐다. 이번 방문이 납치자문제 해결과 국교정상화 교섭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해 줄 것은 틀림없다는 것이 일본 언론과 외교가의 일치된 평가다. NHK방송은 30일 "미사일문제와 괴선박 사건 등으로 양측관계가 삐그덕거려 왔지만 최고위층의 정치적 결단으로 돌파구를 찾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하고 "열쇠는 북한이 어떤 카드를 내놓느냐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위해 고이즈미 총리는 지난 26일 평양에서 폐막된 북·일 국장급 회담에서 "현안 해결을 위해 진지하게 대화에 임해 줄 것"을 요청했고,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도 "용기 있는 메시지에 감사한다"고 화답,그 가능성을 열었다. 이어 고이즈미 총리가 '양측간 수교교섭을 위해서는 정치적 의사가 필요하다'는 양국 국장급 합의결과를 적극 수용한다는 뜻을 밝혀 방북 물밑협상이 급진전을 봤다는 후문이다. 고이즈미 총리의 이같은 결정은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를 통해 북한 핵과 납북된 일본인의 송환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각종 스캔들로 외교에서 궁지에 몰린 고이즈미 총리가 국면 전환과 함께 아시아 외교의 주도권 회복을 겨냥한 카드로 북한 방문을 결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북한도 시장개방에 필요한 75억달러에 달하는 경협자금을 끌어올수 있다는 점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을 허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식량지원을 받는 것도 북측의 시급한 과제다. 때문에 양측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게 도쿄 외교가의 공통된 관측이다. 이에 앞서 외무성 주변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식량난에 몰린)북한"이라며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 가능성이 흘러나왔다. 한편 일본 정부는 고이즈미 총리의 북한 방문 결정과정에서 한국과 미국에 이해를 구했다고 밝혀 사전조율과 협의과정을 거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특히 고이즈미 총리는 9월9일부터 14일까지 미국을 방문,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어서 김 위원장과의 회담 테이블에 올릴 의제와 대응 카드를 놓고도 깊숙한 협의를 거칠 것이 확실한 상태다. 고이즈미 정권은 안보를 우선시하면서 북한을 노골적으로 적대시해온 부시 행정부와 긴밀한 협조 관계를 유지해 온 터라 미국과의 조율 결과는 일·북 회담의 방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