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인사청문회 이틀째인 27일 한나라당특위 위원들은 전날 청문회가 '봐주기로 일관했다' '제대로 검증을 못했다'는 비판여론을 의식한 듯 초반부터 '공세적 추궁'을 시도했다. 이에 따라 장대환(張大煥) 총리 지명자도 "나에게 답변할 기회를 달라"고 거듭요구하며,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0...장 서리는 청문회 시작 3분전인 오전 9시57분께 회의장에 입장, 하순봉(河舜鳳) 위원장 및 위원들에게 악수를 청하며 "잘 부탁드린다"고 인사말을 거넸다. 장 서리가 자리에 앉자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 의원은 "장 후보가 사퇴안하고오늘 나왔네. 사퇴할 줄 알았는데..."라며 기선잡기를 시도했다. 개회후 한나라당 이원형(李源炯) 의원은 "어제 청문회에서 책임회피성 또는 전가성 발언을 총 24차례나 했으며 눈치보기 답변, 군색한 답변도 적지 않았다"면서 "그런 태도로 어떻게 청문회 통과를 기대하느냐"고 역시 `군기잡기'를 시도했다. 장 지명자는 전날에 비해 다소 여유를 찾은 듯 의원들의 질의에 대해 거듭 `해명 기회'를 요구하거나, 목소리를 높이며 정면으로 반박했고, 특히 실정법 위반이라는 의원들 지적에 대해선 "그렇지 않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장 지명자는 "23억9천만원을 대출받는 부분이 명확하지 않으며, 경우에 따라선업무상 배임이 될 수도 있다"는 민주당 함승희(咸承熙) 의원의 지적에 대해 "나에게도 시간을 충분히 달라. 어제는 해명할 시간이 없었다"고 답변 기회를 요구했다. 또 부동산 투기의혹에 대한 한나라당 안경률(安炅律) 의원의 질의에는 하 위원장에게 "어제 실정법 위반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차례차례 답변할 기회를달라"고 요청한 뒤 위원들이 제기한 공직자윤리법, 부동산등기촉진법 등의 실정법위반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장 지명자는 함승희 의원이 "향후 6개월은 고위공직자들의 정치권 줄대기에 혈안이 될 것이 뻔하다"며 "외모상으로 대차 보이지도 않는데 눈치보는 사람들을 쳐내는 악역을 감당할 수 있느냐"고 묻자 "행동으로 보이겠다"고 답변했다. 0...오후 증인과 참고인을 상대로 한 청문회는 매경의 일선 기자는 물론 관리직종사자 등이 다수 출석해 이들에게 세세한 질문이 집중됨에 따라 마치 '매경 국정감사'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특히 '업무상 배임' 논란을 빚은 장 지명자의 우리은행(옛 한빛은행) 대출 23억9천만원건과 관련, 김향옥 매경 경리부장과 민종구, 김영석 우리은행 부행장에게 질문공세가 쏟아졌다. 한나라당 이원형(李源炯) 의원은 조용수 한빛은행 차장에게 "장 지명자 부인에게 대출된 15억원은 대출과정에서 왜 서류가 2차례나 본점에서 반송됐느냐"고 물었고 조 차장은 "15억원을 한꺼번에 본점에 대출신청했다가 영업점에서 전결로 10억까지 처리할 수 있다고 해서 처리했고, 이어 나머지도 본점에 올리지 않아도 돼 그렇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산금리가 1.5%에서 1.0%로 낮춰진 배경에 대해서도 조 차장은 "우수고객에 대한 우대금리로 정상 처리됐다"면서 특혜의혹을 일축했다. 0...민주당 전갑길(全甲吉) 의원은 매경 노조위원장을 지낸 윤경호 기자에게 "장 지명자가 반노동 친경영 마인드를 가진 분이어서 총리가 되면 친기업적인 행태를 보이지 않겠나 하는 지적이 있다"며 견해를 묻자 윤 기자는 "내가 노조위원장으로서접촉할 때 우리는 항상 합리적 원칙을 고수했다"고 답변했다. 농협 여규동 문화홍보부장은 전 의원이 매경측이 농협의 광고불응에 압력을 가하는 기사를 썼다는 논란을 지적하자 "통상적인 홍보활동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윤경호 기자는 민주당 이종걸(李鍾杰) 의원이 "매경은 기자들을 광고 협찬하라고 내몰고 해내지 못하면 승진도 못한다고 하는데..."라고 질문하자 "내가 89년부터 기자생활을 하고 있는데 광고를 하러 다니거나 사업하러 다니지 않는다"면서 "더 이상 매경 기자들을 모욕하는 듯한 발언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잘랐다. 0...이날 오후 개회와 동시에 증인, 참고인 채택 및 출석 문제를 두고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설전이 오가는 등 `기싸움'이 벌어졌다. 한나라당 간사인 안택수(安澤秀) 의원이 매경의 언론사 세무조사 추징액 규모등을 캐기 위해 자당에서 요구한 국세청 관계자들의 증인 채택이 불발한 점을 거론하면서 "민주당 때문"이라고 유감을 표시하자 민주당 간사인 설훈(薛勳) 의원이 즉각 나서 "국세기본법상 국세청 직원은 나와봐야 말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 의원이 "국회증언감정법 4조에 따르면 증언이나 자료제출을 요구받은 자는 국가안보상 이유가 아니면 거부할 수 없게 돼있는 만큼 국세청은 거부할 수 없다"고 `법리'를 전개했으나 민주당 정세균(丁世均) 의원은 "국세기본법과 증언감정법이 충돌하는데 이럴 때는 확립된 관행을 중심으로 국회를 운영해 왔다"고 맞섰다. 0...장 지명자에 대한 보충질의에서 한나라당 안택수 의원과 장 지명자가 이번 청문회 들어 세번째로 충돌했다. 장 지명자는 안 의원이 총리지명 경위를 집요하게 캐묻자 "이번에 많은 인생공부를 하면서 생각대로만 일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태풍 한가운데 서 있는 나약한 존재라고 생각했다"며 "연로한 대통령이 전화할 때 '생각해 보겠다' '기다려달라'고 감히 말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또 안 의원은 박지원 청와대 비서실장과의 친분관계를 물고 늘어졌으나 장 지명자는 "박 실장과는 개인적으로 모르고 그와 술자리를 한번도 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고 항간의 루머를 토대로 안 의원이 "김홍업씨와 룸살롱에도 여러번 다녔다고 한다"고 주장하자 장 지명자는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김홍업씨와는 한번도 만난 적없다"고 반박했다. 0...장 지명자는 민주당 전갑길 의원의 인간복제, 호주제 폐지, 장 상 전 지명자 인준부결 등에 대한 입장을 질문받고 찬반론을 들어가며 소신을 피력했다. 인간복제 문제에 대해 장 지명자는 "잘못하면 인류사회에 커다란 재앙을 가져올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동시에 인간복제는 난치병 치료에 상당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호주제와 관련, "개인적으로 여성단체의 입장을 옹호하는 편이나 우리가 또한 강한 유교적 전통을 갖고 있는 만큼 유림 등 반대자들의 뜻도 수용돼야 한다"며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용해서 전향적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장 상 전 지명자가 여성이라서 인준되지 못한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내가 말할 입장이 아니나 굉장히 가슴 아프다"며 "여성이 처음 총리직을 지명받았다고 해 굉장히 기뻤고 여성 발전에 촉매제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답변했다. khg@yna.co.kr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김범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