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나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회의에 참석한 23개국 외무장관 가운데 국내외 언론의 관심은 단연 백남순(白南淳) 북한 외무상에게 쏠렸다. 그가 가는 곳이면 어김없이 내외신 기자 20-30명이 진을 쳐 미묘한 시기에 국제무대에 나온 백 외무상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봤다. 지난달 30일 밤 늦게 공항을 빠져 나오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일절 응하지 않았던 그는 이튿날 아침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의 전격 회동 결과에 고무된 때문인지이후 특유의 느긋하고 느린 목소리로 기자들에게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조선과 미국간에 대화재개에 합의했다", "미 특사의 방북에 합의했다"는 북미회동의 알려지지 않은 결과도 그의 공개로 알려졌다. 그는 또 답변이 곤란하면 "허허"라고 웃음으로 대신하는가 하면 '8월중 미 특사방북이 가능한가'라는 거듭된 질문에 "아 그건 미국이 알지 내가 아오?"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백 외무상에 몰려드는 기자들 때문인지 ARF 회의장내 한 자원봉사자는 그를 가리키며 "저 사람이 도대체 누구냐"고 취재진에게 묻기도 했다. 백 외무상은 이미 남북정상회담 개최로 한반도의 화해 분위기가 무르익던 지난2000년 8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ARF회의에서 사상 처음으로 남북, 북미, 북일 외무회담을 가지면서 `국제 스타'로 부상했다. 73세의 노령인 그는 84년 9월 한국에서 수재가 발생했을 때 북한 적십자회 대표로 수재물자 인도차 판문점 대성동 마을을 방문했고, 89년 2월 남북고위당국자 예비회담 1-8차 때는 북측대표로서 4차례 서울을 방문한 대남전문가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98년 9월 최고인민회의 제10기 1차회의에서 외무상에 임명됐다. (반다르 세리 베가완 = 연합뉴스) 황재훈기자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