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 백남순(白南淳) 북한 외무상이 31일 브루나이 반다르 세리 베가완에서 개막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무장관 회의장에서 전격 회동을 갖고 회담재개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특히 이날 접촉에서 부시행정부 출범후 중단된 북미대화를 재개키로 함에 따라서해사태 이후 취소된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의 재방북이 조만간본격 추진될 것으로 관측된다. 백남순 외무상은 이날 오후 북일외무회담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오늘 접촉에서) 조선과 미국 사이에 회담을 재개키로 합의했다"면서 "(북미접촉과 북일회담결과가) 모든 것이 만족스럽게 됐다"고 밝혔다. 파월 장관과 백 외무상의 접촉은 지난해 1월 부시행정부 출범 이후 18개월만의최고위급 접촉으로 향후 북미관계 복원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접촉은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30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이라크와는 달리 북한과 이란에 대해 `정권교체'를 시도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데 이어 이뤄졌다는 점에서 한반도 정세가 대화국면으로 반전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날 회담 결과를 토대로 조만간 관련부처로 구성된 고위급 협의를 거쳐부시 대통령의 재가를 받는대로 서해사태 이후 취소한 미 특사의 재방북 일정을 북측과 협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두 사람의 접촉은 ARF 개막직전 회의장 로비에서 15분간 이뤄졌다.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파월 장관은 북한이 최근 발표한 성명을 주목하며 (대북) 정책을 재확인했고 장래 회담에서 우리는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문제와 제네바 기본합의 상호 이행을 포함한 다양한 문제들을 강조하고 싶다는 뜻을밝혔다"고 전했다. 백 외무상은 이에 대해 "미국과의 대화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바우처 대변인은 "후속 회담이나 방문 등의 문제에 대해 우리는 북한이 발표한성명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무부 소식통은 "파월 장관이 라운지에 있다는 사실을 북한 백남순 외무상에게전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혀 이날 회동이 미국측의 의도된 접촉이었음을 시사했다. 한편 한미 양국은 이날 오후 브루나이에서 최성홍(崔成泓) 외교장관과 파월 장관간 외무회담을 갖고 이날 북미접촉 결과 및 향후 대화재개 문제를 집중 조율했다. (반다르 세리 베가완=연합뉴스) 황재훈기자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