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한반도 정세가 이번주를 고비로 가닥을 잡을 전망이다. 남북한 및 미.일.중.러 등 한반도 주변4강을 포함한 23개국 외무장관들이 참석하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회의가 오는 31일 브루나이에서 열린다. 이에 앞서 아세안 10개국과 한.중.일 3국 외무장관이 참석하는 아세안+3 외무장관회의가 30일 열리는 것을 계기로 한반도 정세조율은 본격 시작된다. 특히 이번 ARF 회의는 북한의 백남순(白南淳) 외무상이 지난 2000년에 이어 2년만에 참석할 예정이어서 서해사태에 대한 유감표명 이후 북측의 외교활동 방향도 주목을 끄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남북외무회담 및 북미외무회담 개최 여부에 브루나이에 모인 각국의관심이 집중되고 있고, 오는 31일 열릴 북일 외무회담 결과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남북외무회담 = 정부는 지난 25일 서해사태에 대한 북한측의 유감표명이 있기전까지만 해도 서해사태에 대한 북한측 책임론을 이번 회의에서 강력 제기키로 하는등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다. 이에 따라 지난 2000년에 이은 두번째 남북외무회담 여부에 대해서도 북한측이굳이 만나자고 하지 않는 이상 선(先)제의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북측이 서해사태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고 미국 특사의 방북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재천명한 이후 남북, 북미관계 전반이 풀리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남북외무회담 개최방안도 신중히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외무회담 또는 자연스런 접촉이 이번 회의기간에 열릴 경우 서해사태 이후남북 고위당국간 첫 접촉이라는 점에서 서해사태에 대한 유감표명 등 최근의 북한측태도를 검증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남북관계 복원은 북측이 제의한 남북 장관급회담 및 그에 앞선 실무자접촉을 통해서 본격적으로 파악될 전망이다. ◇북미외무회담 = 북한측의 지난 25일 서해사태에 대한 유감표명 및 26일 미국의 대북특사 파견에 대한 수용입장 재천명 이후 북미외무회담에 대한 개최가능성도제기되고 있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공식적인 북미외무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하지만 ARF 회의기간에 열릴 각종 행사를 통해 파월 장관과 백 외무상간 의미있는 접촉은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파월 장관 역시 아시아 순방길에 기자들과 만나 백 외무상과의 회동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북미간에 어떤 식으로든 접촉이 이뤄질 경우 양측은 대화의지에 대한 상대의 의중을 떠 볼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향후 북미관계는 이번 회의기간 북미접촉 결과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북일외무회담 = 이번 회의기간에 가장 관심을 모으는 움직임 중 하나는 북일간 외무회담 결과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서해사태 이후 냉정한 대응을 지시한데 이어 일본측은 적극적인 대북대화 의지를 밝히고 있다.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일본 외상은 오는 31일 열릴 북일외무회담에서 "솔직한 방법으로 쌍방간 모든 이슈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자 한다"면서 "백 외무상과의회담이 앞으로 국교정상화 회담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북일외무회담은 이에 따라 국교정상화 교섭 재개를 위한 협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차원에서 일본측이 주안점을 갖고 있느 ▲피랍 일본인 문제 ▲괴선박 문제와 함께 북한측의 관심인 ▲과거청산 ▲대북식량지원 문제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기타 = 이밖에 우리는 이번 회의기간에 미국, 러시아 등 주변국가와 연쇄 외무회담을 가지는 한편 북한은 일본외에 중국, 호주, 유럽연합(EU) 등과의 외무회담을 예정하고 있어 접촉결과도 주목된다. (반다르 세리 베가완=연합뉴스) 황재훈기자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