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내 이해를 달리하는 각 정파가 8.8 재보선 이후 당의 진로를 놓고 정치적 선택을 해야 할 상황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재보선 결과는 이미 이들의 움직임에 반영돼 있어 변수가 안된다는 분위기다. `주류 신당설', `비주류 신당설' 등 새판을 어떻게 짤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다. 이에 따라 주류, 비주류, 중도파 등 각 진영은 저마다 세 불리기 경쟁과 함께, 다각적인 물밑접촉도 한창 진행중이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후보가 소속의원 및 중진들과 개별 접촉을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한화갑(韓和甲) 대표, 정균환(鄭均桓) 최고위원, 이인제(李仁濟) 의원 등도 상호 접촉이나 다른 당내 인사들과 개별면담을 갖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이한동(李漢東) 전 총리나, 고 건(高 建) 전 서울시장 등 당외인사들과도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반노 또는 비노 세력인 개헌론자들이 결속을 강화하고, 친노 성향의 개혁그룹도 `개혁연대(가칭)'를 발족키로 하는 등 집단적인 세규합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노 후보측 = 당이 환골탈태해야 한다며 새로운 모습의 개혁신당 창당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 후보가 재경선 수용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현실적으로 재경선이 실현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노 후보측의 판단이다. 재보선이후 노 후보 재신임 무드를 조성한 뒤 개혁신당 창당 논의를 공론화해 민주당 간판을 내리고 자연스럽게 `탈(脫) DJ'의 길을 가면서 9,10월에 `노풍'을 재점화하겠다는 복안이다. 걸림돌이 되는 일부 비주류 인사들에 대해선 최대한 설득하되 정 안되면 `가지치기'를 해서라도 노 후보 중심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한 핵심 측근은 비주류측의 후보 사퇴 압박에 대해 "국민경선을 통해 뽑은 정통성있는 후보에게 그런 요구가 가당하냐"며 "대안도 없이 선(先) 후보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무책임한 정치공세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반노측 = 이인제 의원을 핵심축으로 하는 반노 세력은 `노 후보 사퇴 관철 -반 이회창 연대 구축 - 신당 창당'의 수순을 생각하고 있다. 최근 이 의원은 한 당내 인사를 만나 "노 후보가 사퇴해야 한다. 안 한다면 그렇게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노 후보가 사퇴하면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 한국미래연합 박근혜(朴槿惠)대표, 정몽준(鄭夢準) 의원 및 이한동 총리 등이 모두 참여하는 `반창(反昌) 연대'를 도모할 것이라는 게 유력한 관측이다. 이 의원은 특히 "내가 당을 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해 당내투쟁을 통해 노 후보를 밀어내는 데 주력할 것임을 시사했다. ◇중도관망파 = 최근 독자행보 양상을 보이는 한화갑(韓和甲) 대표의 선택이 최대 관심이다. 노 후보측은 한 대표의 노 후보 지지를 믿고 있고, 한 대표도 현재로선 노 후보지원.지지 언행을 보이고 있으나 한 대표측 관계자들은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당의 새판짜기 와중에서 한 대표가 중심적 역할을 할 것이며, `노 후보 지지냐', `제3후보 지지냐'는 상황에 따라 유동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대표가 재보선 직후 사퇴하고 신당 추진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다수의 관망파도 변수다. 노 후보에 대한 비판적 지지와 회의 그룹이 혼재한 관망파는 재보선 이후 당내 분위기와 세력판도의 변화에 따라 노선을 결정할 것이며 역으로 이들의 선택이 대세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 기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