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적 대통령제 타파를 외치고 있는 개헌론자들이 본격적인 `세력화'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대표적 개헌론자인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 정치개혁특위가 26일 주최한 `헌법개정 공청회'는 당내 반노(反盧) 세력의 힘을 과시하는 무대를 방불케 했다. 8.8 재보선 이후 정치권의 다양한 이합집산 시나리오의 중심에 민주당의 `반노세력'이 위치할 것이며, 이들이 개헌론을 명분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한 상황에서 이날 세과시는 여러 의미를 지닌다. 우선 `반노'의 선두에 서있는 이인제(李仁濟) 의원이 측근인 전용학, 원유철,조재환, 이근진 의원과 잠재적 지지세력인 안동선 상임고문, 이윤수 의원 등과 함께참석했고 당내 최대모임인 중도개혁 포럼을 이끄는 정균환(鄭均桓) 최고위원과 김영환, 남궁석 조배숙 의원 등도 모습을 보였다. 이 의원은 자신의 측근에게 "오늘 공청회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또한 제3후보론에 이름이 올라 있는 이한동(李漢東) 전 총리와 자민련의 김학원(金學元) 총무, 조희욱 의원도 공청회를 지켜봐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이 전 총리는 최근 당안팎 인사들과 잦은 회동을 갖고 있으며, 특히 민주당내개헌 세력들과 여러 통로로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동안 당내 개헌논의에 대해 "개헌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며 부정적 입장을 보여왔던 한화갑(韓和甲) 대표가 인사말을 통해 "여러의견을 종합해 필요하면 당론을 정할 것이며, 좋은 안을 만드는데 협력할 것"이라고적극적 입장으로 선회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최근 노무현(盧武鉉) 후보와 햇볕정책 등을 놓고 신경전을 벌여온 한 대표는 재보선 이후 당의 급변에 대비,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며 독자 행보를 모색하고 있다. 이날 공청회에서 사회를 맡은 강운태 의원은 "개헌론에 대해 국면전환용 또는정계개편 신호탄 아니냐는 말이 있고, 사실 공당에서 개헌공약을 채택하면 그런 것에 전혀 영향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정개특위는 먼 장래를 생각하고 작업에 임하고 있다"며 성급한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이들 개헌론자의 표현은 약간씩 달리 하지만 공히 `이원집정부제'의 분권형 개헌에 찬성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고, 노 후보의 장래에 회의적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개헌론자들의 세력화는 재보선 이후 민주당 진로에 태풍의눈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해석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 기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