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이 2002년 한ㆍ일 월드컵에서 4강에 오른 것은 `역사적인 돌파'이며 히딩크 감독의 공(功)이 매우 컸다고 북한의 유명한 축구해설자 리동규씨는 분석했다. 북한 체육과학연구소 과학부소장인 리 씨는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분석과 해설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명해설자다. 23일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인터넷 조선신보에 따르면 리씨는 이번 월드컵에서 스피드와 팀워크, 조직력이 경기 승패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하고 팀워크를 좌우하는 감독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히딩크 감독이 부임한 후 남한축구팀의 투지는 물론 공격력, 끈기 등이 상당히 발전됐다면서 먼저 실점하고도 후반전에 득점한 사례가 이를 반증한다고 말했다. 또 이번 월드컵에서 남한이 4강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원인을 지난 83년 프로리그가 출범한 이후 힘과 경기경험이 축척됐고 젊은 선수들이 성장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안정환, 박지성, 설기현 등 20대 초반 선수들은 "현대축구에 부합되는 뛰어난 자질을 갖춘 선수"라고 평가했다. 리씨는 북한에서도 저녁시간에 월드컵 경기가 방영돼 큰 관심을 끌었다면서 특히 지난 66년 영국 월드컵 때 북한과 싸운적이 있는 포르투갈과 이탈리아가 남한과경기를 하는 것을 보고 "(북한 주민들이) 유별난 감정을 가졌을 것이며 지난날을 회고하면서 관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한의 4강 진출을 "남조선의 성과일 뿐 아니라 우리 민족의 성과이며 아시아에서도 하면 할 수 있다는 것을 과시한 사변"이라고 말했다. 한편 리씨는 한국팀의 경기장면이 북한에 녹화방송된 배경에 대해 북한주민들의 관심이 방송관계자들에게 전달됐기 때문이라며 "6.15 공동선언 발표 이후 우리민족끼리 힘을 합쳐 통일을 하자는 시대의 흐름과 남조선의 성과가 곧 조선민족의 성과라는 관점이 방영을 결정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연식기자 j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