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최고위원 회의 논의를 통해 김대중(金大中.DJ) 대통령에게 전면개각과 아태재단 해체 등을 공식 건의키로 함에 따라 이에 대한 청와대의 대응이 주목된다. 그러나 개각 및 청와대 비서진 인적청산, 아태재단 문제 등 현안에 대한 민주당과 청와대간 시각차가 워낙 커 양측이 서로 만족할 만한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개각 문제에 대해 양측은 뚜렷한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다. 노무현(盧武鉉) 대선후보와 한화갑(韓和甲) 대표를 중심으로 한 민주당 주류는 차제에 이한동(李漢東) 총리를 포함한 전면개각을 단행, 내각의 면모를 일신하고 민심을 수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같은 민주당측의 주장은 이미 공식적으로 민주당과 절연(絶緣)한 대통령의 인사권을 사실상 침해하는, 논리적 모순을 안고 있는게 사실이다. 민주당 탈당 이후 `정치불개입. 국정전념'을 표방해온 김 대통령과 청와대로서도 민주당의 요구를 즉각 수용해 개각을 단행할 경우 "그러면 지금까지는 '위장절연'을 한 것이냐"는 시비에 휘말릴 소지도 있다. 청와대가 28일 민주당의 전면개각 요구에 대해 "내각 개편 등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임을 밝힌다"고 선을 긋고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울러 청와대측은 민주당이 자생력을 키워 나갈 생각은 하지 않고 문제가 생길때마다 김 대통령을 `밟고 넘어가려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데 대해 불쾌감을 느끼고 있다. 따라서 김 대통령은 여러가지 변수를 고려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독자적으로 내각개편을 할 수는 있지만 당의 요구에 끌려다니는 식의 개각은 단행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청와대는 내주중 당으로부터 공식적으로 개각건의를 전달받더라도 이를 즉각 수용하지는 않고 시간을 두고 개각의 효과 등을 면밀히 검토해 그 시기를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통령이 개각을 결심할 경우 그 시기는 7월 중순이 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경우 대선을 앞두고 내각의 중립성을 강화하는 선거관리 중립내각을 선보일 개연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물론 김 대통령은 당측에서 요구하고 있는 청와대 비서진 개편에 대해선 "일고의 가치도 없다"면서 일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태재단 문제에 대해선 `적절한 해법'을 찾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아태재단은 사실상 폐쇄돼 있고 부채가 많아 그 처리방안은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후속조치가 취해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김홍일(金弘一) 의원의 탈당 문제도 본인의 결심에 따라 의외로 쉽게 풀릴 수도 있으나 김 의원이 `밀려서 나가지는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장기미제로 남을 수도 있다. 민주당의 `탈 DJ' 문제는 이처럼 실타래 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는 난제임에는 틀림없지만 청와대와 민주당이 이 문제를 놓고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우거나 전면적인 갈등국면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 김 대통령은 `정치불개입. 국정전념'이라는 원칙을 지키고 민주당은 쇄신의지를 부각시키는 선에서 파문 봉합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연합뉴스) 정재용기자 j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