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교전 사상자 가족들은 29일 군 당국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그 자리에서 오열하거나 망연자실한 표정을 감추지못했다. 이날 오후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성남 국군수도통합병원에 도착한 유가족들은 영안실에서 영정을 붙잡고 통곡해 주위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O-서후원 하사(22.부사관 1백89기)의 어머니 김정숙씨(47.경북 의성군 옥산면 전흥2리)는 장남인 서 하사의 사망 소식을 듣고 대성통곡했다. 아버지 서영석씨(49.농업)는 "믿기지 않는다"며 "성실한 아들이었는데 이런 변을 당하니 하늘이 내려 앉는 느낌"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O-"딸아이 백일잔치를 치른지 2주만에 죽다니...아까운 우리 사위,우리 딸은 어떻게 하구..." 조천형(26) 중사의 장모(56)는 영안실 앞마당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장모는 "첫 딸을 낳고 얼마나 좋아했는데,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 아이 놔두고,이게 무슨 날벼락이냐..."고 말을 잇지못했다. 유가족들은 가난한 가정형편 때문에 대학을 휴학하고 하사관 생활을 시작한 조중사의 효심을 하나 둘씩 꺼내며 흐르는 눈물을 그치지 못했다. O-윤영하 대위(28.해사 50기)의 부모가 살고 있는 경기 시흥시 정왕동 계룡아파트는 이날 오후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부친 윤두호씨 등 가족들은 아들의 시신이 안치된 국군수도병원으로 달려간 듯 집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 아파트에는 윤대위 부모와 얼마전 군에서 제대한 동생(26)이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웃 주민들은 "큰 아들인 윤대위를 보지는 못했지만 부모님의 성품을 보아 착실했을 것 같다"며 "월드컵 축제 분위기속에 이웃집에서 이런 일을 당해 무척 안타깝다"고 말했다. O-부상자 가족들도 이날 오후 국군수도병원에 잇따라 도착했다. 오후 5시께 병원 정문에 도착한 부상자 이해영(갑판장) 상사의 아버지 이호성씨(64)는 "지난 99년 서해교전 때도 같은 부대에 근무했었다"며 "(아들이)살아남은 게 기적같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씨는 "자식이 나라를 위해 20여년째 해군에 몸담고 있는데 이런 도발이 자꾸 일어나 불안해 견딜 수 없다"며 "남북이 하루빨리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려야 한다"고 말한 뒤 병원안으로 총총히 걸음을 옮겼다. 또 머리에 총상을 입고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김현 중사의 처형도 "병원에 있는 여동생이 너무 놀라 말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택중 일병의 고모는 "전화받고 왔다"는 말만 남기고 위병소로 급히 들어갔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