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북한 함정의 도발로 서해에서 남북간에 교전이 벌어져 우리 해군에 전사자까지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하면서 사태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특히 터키와의 월드컵 3, 4위전을 앞두고 응원 준비로 주말을 여유롭게 보내던 온 국민들은 날벼락같은 뉴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특히 이날 한.터키전 길거리 응원을 위해 시청앞 광장과 광화문 등 시내 곳곳에 모인 시민들은 걱정스런 표정으로 대형전광판으로 전달되는 뉴스속보를 지켜보며 앞으로 전개될 상황에 대해 나름대로 추측해보기도 했다. 붉은악마 김용일 서울지회장은 "월드컵이란 세계인의 축제중에 교전이 발생해 상당히 유감스럽다"면서 "9월 경.평축구 부활을 합의한 지 며칠되지도 않아 사상자까지 발생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김 지회장은 "그간 월드컵으로 다져진 우리국민의 결속과 전세계인의 인식변화가 이번 일로 크게 바뀌어서는 안된다"고 우려했다. 경실련 신철영 사무총장은 "월드컵으로 여러가지 면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되는 마당에 교전이 발생돼 당혹스럽다"면서 "교전자체도 문제지만 인명피해까지 발생했다고 하니 정말 불행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화해.협력 분위기에다 남측의 지속적인 대북지원정책에도 불구하고 '무력도발'을 감행한 북측의 태도에 몹시 분개하는 모습이었다. 신혜식 민주참여네티즌연대 대표는 "이번 사건은 북한이 햇볕정책을 통해서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월드컵으로 상승한 대한민국의 이미지가 '위험한 한반도'라는 부정적 이미지로 타격을 받지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용선(32)씨도 "남의 집 잔치에 재를 뿌리는 북한의 행위는 한민족, 한핏줄이라는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도 불구하고 남북간의 발전적인 관계를 손상시켜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국노총 이정식 기획조정실장은 "현재 정확한 진위는 알수 없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 답방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너무 불행한 일이 발생했다"면서 "남북 당국은 진상을 분명히 규명하는 한편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슬기롭게 대처해가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하승창 사무처장은 "최근 북한이 월드컵 한국전을 TV로 방영하는 것을 보면 의도적일 가능성은 적다고 판단된다"며 "만일 우발적인 사태라면 이번 사태로 남북화해라는 기본적인 노선이 훼손되면 안된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으로 향후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고, 시민들은 성공적인 월드컵 개최를 계기로 전 세계에 비쳐진 역동적이고 활력있는 코리아 이미지가 냉전의 잔재, 군사충돌의 위험지대라는 부정적 이미지로 덧칠될까 우려했다. 서울대 국민윤리교육과 전인영 교수는 "북측이 선제공격을 한 것으로 미뤄볼 때 지난 99년 연평도해전 이후 이같은 상황에 대한 전술적인 준비를 한 것으로 추측된다"면서 "우리 정부의 햇볕정책이 마무리되는 상황에서 터져나온 이 사건은 양측의 인명피해가 너무 크다는 점에서 향후 남북관계에 상당한 적대감과 불신감을 심어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국대 북한학과 고유환 교수는 "연평해전 이후 북한군은 명예회복을 노려왔다"면서 "다만 북한지도부가 최근 대외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봤을 때 이 사건 자체를 북한 최고지도자의 의지로 보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이 사건으로 남북관계는 경색될 수밖에 없을 것이고 현 정권의 햇볕정책 역시 결정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앞으로 정치권이 대선국면에 접어들게 되기 때문에 이 사건에 대해서는 강력대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이상헌 이 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