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장님! 한국이 이겼습니다" 월드컵 한국대표팀의 승리를 기원하는 목소리는 광화문, 해운대, 팔공산 뿐만 아니라 우리측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해상 경비를 벌이고 있는 해경 경비함에도 퍼지고 있다. 운 없이(?) 한국 경기가 있는 날 해상 근무를 하는 해경 경비함 대원들은 3교대근무 원칙에 따라 근무 요원을 제외하고는 휴게실에 있는 TV 앞으로 모여 경기를 관전한다. 먼바다에 있더라도 위성TV 덕분에 대체로 깨끗한 화면을 통해 경기를 지켜 보던 해양경찰관과 전경들은 우리 선수들의 골이 터질 때면 경비함이 떠나가라 함성을 지르게 된다. 이럴 때 속 타는 이들은 경비함의 조종간을 잡고 있는 조타실 근무 경찰관들. 이들은 마음 같아서야 당장에라도 휴게실로 뛰어가고 싶은 심정이지만 경비함의 안전 운항과 해상 감시활동을 위해 한 시도 한눈을 팔 수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휴게실에서 TV를 보며 한국팀의 득.실점 현황과 승패 여부를 조타실에 곧바로 알려주는 '전령(傳令)'이다. TV를 시청하던 전경 중 1명은 한국팀이 골을 넣거나 실점했을 때 또는 경기가 승리로 끝났을 때 조타실로 달려가 소식을 전하고 있고, 1초라도 경기장면을 놓치기 아까울 때는 무전기로 조타실에 경기 진행상황을 알려주고 있다. 한국팀의 승전보를 전하려 조타실로 달려가는 해경의 모습은 마치 마라톤 광야를 달리던 그리스 병사를 연상케 한다. 인천해양경찰서 1002함의 한 경찰관은 "경기 결과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인지상정으로 어쩔 수 없지만 24시간 해상 경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독일과의 준결승전에서도 승리를 거두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천=연합뉴스) 강종구기자 iny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