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 대표가 최근 깊은 고민에 빠졌다. 지난달 대표 취임 이후 이회창(李會昌) 대통령 후보와 김영삼(金泳三.YS) 전 대통령간 가교역할을 자임하며 양측간 관계개선에 적극 나섰지만 8.8 재보선을 앞두고 YS 차남 현철(賢哲)씨의 출마라는 `복병'을 만났기 때문이다. 서 대표는 지난 18일 상도동을 찾아 YS의 의중을 탐색하는 등 당과 상도동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해법 마련에 나섰으나 도리어 상도동을 자극하는 예기치 않은 결과를 초래했다. 상도동 방문 이튿날 열린 최고위원 조찬간담회에서 "YS가 현철씨의 공천을 요구했다"는 취지로 얘기하면서 `고충'을 내비친 것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상도동의 분위기가 격앙됐기 때문이다. 서 대표측 관계자는 23일 "우리 입장에서 최선의 방안은 현철씨가 출마하지 않는 것"이라며 "서 대표는 좀더 시간을 갖고 이회창 후보와 YS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선에서 그 문제를 정리하려 했다"고 아쉬워 했다. 지방선거 이후 예정된 지역별 원내외 위원장 등의 모임을 통해 의견을 취합하는 절차를 거쳐 현철씨 공천의 어려움을 전해 YS가 수용할 수 있는 모양새를 갖추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YS의 `공천요구'가 알려지자 현철씨 출마에 대한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됐고 이런 과정에 대한 상도동의 반감도 커졌을 뿐 아니라 현철씨는 현철씨대로 여론의 역풍에도 불구, `출마 불사'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더욱 난감한 처지다. 서 대표의 한 측근은 "일이 초반부터 이상하게 꼬여버렸다"며 "YS의 심기가 불편한 상태에서 상도동을 찾기도 곤란한 일이어서 당분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이락기자 choina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