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참패 이후 민주당의 내홍 사태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19일 당무회의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와 당 지도부에 대한 재신임이 이뤄졌지만 20일 중도개혁포럼 의원 다수가 후보와 지도부의 사퇴를 촉구한데 이어 21일에는 핵심당직자들이 자신들을 임명한 지도부를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줄줄이 당직사퇴 및 당무거부 의사를 밝히고 나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특히 당직사퇴 파문이 8.8 재보선 공천 등을 앞두고 현 지도부의 책임론으로 계속 확산될 경우 집단지도체제의 전면 재검토 또는 선대위 체제 조기 전환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직사퇴.당무거부 = 김원길(金元吉) 사무총장이 21일 "백의종군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면서 사퇴의사를 밝힌데 이어 정범구(鄭範九) 대변인은 "현 집단지도체제 하에서는 당직자들이 아무런 소신을 갖고 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당표류의 책임은 전적으로 최고위원들이 져야 한다"고 지도부를 강력 비난한 뒤 사퇴대열에 합류했다. 박병윤(朴柄潤) 정책위의장도 "최고위원회의가 소모적 논쟁만 거듭하고 있다"면서 "회의를 2-3시간씩 계속하면서도 손에 잡히는 결과를 내놓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당무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지난 14일 지방선거 참패이후 이미 사표를 제출한 상태이지만 노무현(盧武鉉) 후보와 한화갑(韓和甲) 대표 등 당 지도부의 재신임으로 사표가 반려될 예정이었다. 이에따라 당 5역 가운데 최고위원을 겸하고 있는 정균환(鄭均桓) 총무와 김성순(金聖順) 지방자치위원장을 제외한 3명의 주요 당직자들이 자신들을 임명한 지도부를 비난하며 당무에서 손을 뗀 셈이다. 정 대변인은 "서로 협의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각자 비슷한 느낌을 갖고 있을것"이라고 말했다. ◇지도체제 운영 바뀔까 = 주요 당직자들의 집단 사퇴 및 당무거부는 현 지도부와 집단지도체제 운영 방식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것이어서 향후 지도체제 운영의변화 가능성이 주목된다. 정 대변인은 "책임도 권한도 불분명한 이런 체제하에서는 대단히 인내심을 가진사람만이 당직을 맡을 수 있다"고 토로했고, 한 당직자는 "당의 위기를 가장 체감하지 못하는 집단이 최고위원회"라고 꼬집기도 했다. 대표의 발언이 `11분의 1'에 지나지 않고 최고위원간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상황에서 자기 주장만 고집하는 바람에 계파별 나눠먹기식의 결론외에 `합의를 통한당론 도출'은 실종된지 오래라는 것이다. 중도개혁포럼의 20일 지도부 사퇴 요구의 한쪽에는 집단지도체제에 대한 불만도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서는 사퇴 또는 당무거부 의사를 밝힌 당직자들이 한화갑 대표와 가깝다는 점에서 한 대표의 지도력에 힘을 실어주고 일부 최고위원들을 견제하기 위한 `친위 쿠데타' 성격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당내 기류는 한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 전원이 현 위기상황을 정확히 짚지 못하고 있고, 대처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어서 `지도부 책임론'은 당무회의의 재신임 결정에도 불구, 언제든 불거질 공산이 크다. 특히 비효율적인 최고위원회 체제의 기능을 일시 정지시키고 조기 선대위 체제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노 후보 중심체제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연말 당 쇄신을 위한 특대위안 가운데 상향식 공천이 이번 재.보선에서 일시 유보되는데 이어 집단지도체제 마저 후퇴할 경우 쇄신역행이라는 당내외의 반발도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 기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