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인제(李仁濟) 의원이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당 내홍 과정에서 자신에게 쏠리는 당 안팎의 시선을 의식한 듯 일체의 행보를삼가고 있다. '노무현-한화갑 체제'에 대한 당 일각의 불신.불만으로 인해 그만큼 행동반경이넓어졌다고 할 수 있음에도 눈에 띄는 운신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 의원은 20일 기자들과 만나 "말없이 가만히 있을 뿐"이라며 "침묵은 금(金)"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미 나는 당내 경선과정에서 `호남당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해왔다"면서 선거 참패는 예견된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다. 앞서 이 의원은 한 사석에서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국민이 민주당을 부정한 것"이라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민주당 간판으론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는 만큼 전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이 의원이 신당 창당 등을 위해 섣불리 움직일 조짐도 없다. 그는 `내달초부터 의원들의 동요가 예상된다'는 물음에 대해서도 "무슨, 나도 이렇게 가만히있는데..."라고 말했다. 한 측근은 "의원들의 동요는 이 의원과는 무관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며 "다만 동요가 있을 경우 이 의원이 말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특히 인책론 파동 과정에서 제기된 `후보교체론'에 대해서도 평소 "후보교체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해왔다. 설사 후보교체가 있더라도 자신이 대안이 되는 여건은 아니라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다만 그는 `8.8 재보선'이 자신의 거취를 정할 마지막 가늠자가 될 것으로 예상하는 것 같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재보선에서마저 참패하면 존립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있기 때문이다. 재보선 참패가 현실화할 경우 위기의식을 느낀 `반(反)-비(非) 이회창 세력'의규합론을 중심으로 정계개편의 물꼬가 터질 것이며,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행보의동인이 마련될 것이란게 이 의원의 생각인 것 같다. 한편 이 의원은 이날 16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 문제와 관련, "의석비율에 따라원구성을 조속히 해야 하며 자유투표를 통해 국회의장을 선출하는 것이 원칙"이라고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강원기자 gija00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