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16강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월드컵성적이 6.13 지방선거와 향후 정국에 미칠 영향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경기일정상 내달 4일 한-폴란드전, 10일 한-미국전의 향배에 따라 16강 진출 여부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나 한국이 1승1패나 1승1무, 혹은 2무 등을 기록할 경우 지방선거 다음날인 14일의 포르투갈전으로 16강 진출 여부가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특히 한국팀이 폴란드전에서 월드컵 진출사상 첫 승을 따낼 경우 온국민이 그야말로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들면서 정치권의 이해가 걸린 지방선거는 유권자들의 관심권에서 멀어질 공산이 크다. 이같은 일정 등을 감안하면 지방선거 이전 두 게임의 결과에 따라 지방선거 투표율에도 적잖은 차이를 빚을 수 있다는 게 선거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한국이 두 게임에서 전승하거나 전패할 경우 16강 진출 여부가 확정되는 만큼 포르투갈전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어 투표 참여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두 게임에서 16강 진출여부를 확정짓지 못해 포르투갈전에 국민적 열기가 모아지게 되면 지방선거는 뒷전으로 밀리게 될 소지도 다분하다. 이에 따라 20, 30대의 월드컵 열기가 상대적으로 높은 점을 감안하면 젊은층의 지지를 더 많이 확보하고 있는 민주당으로선, 한국팀의 16강 진출여부가 조기에 가려지는 게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나아가 한국팀이 폴란드-미국전에서 좋은 성적을 낼 경우 국운상승 분위기에 휩쓸리면서 민주당은 그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이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미디어 리서치'의 김지연 차장은 반면 "포르투갈전이 16강 진출의 길목이 되면 젊은층의 투표 불참율이 높아질 것"이라며 "이 경우 한나라당이 유리해지는 측면이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서울의 경우 월드컵 성적이 지방선거 결과에 민감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젊은층의 투표 외면율이 높아질수록 30대 서울시장 후보인 민주당 김민석(金民錫) 후보의 득표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박빙 지역인 서울, 경기, 대전, 울산, 제주 등을 제외하고는 월드컵 열기가 당락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나 박빙지역의 경우 월드컵에 따른 투표율 변동이 당락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은 `월드컵 열기 고조→투표율 저하→민주당 불리'라는함수관계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젊은층과는 달리 한나라당 지지율이 높은 40대 이상 중장년층의 경우 `월드컵따로, 투표 따로'의 행태를 보일 것이라는 게 관측들이다. 그러나 월드컵의 뜨거운 열기속에서 권력형비리라는 쟁점이 파묻히거나 아예 실종돼 버릴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월드컵 효과'가 한나라당에 결코 유리하지만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한국이 이번 월드컵 대회에서 16강이나 8강 등 기대 이상의 호성적을 거둘경우 지방선거 이후 정국에도 큰 영향을 몰고올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그동안 대선출마를 저울질해온 정몽준(鄭夢準) 축구협회회장의 정치적 진로에 지대한 도움이 될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욱기자 h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