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홍재형(洪在馨) 의원이 24일 전례가 없는`조건부 탈당계'를 제출해 당 안팎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홍 의원은 이날 측근을 통해 한화갑(韓和甲) 대표에게 탈당계를 제출했으나 한대표와 정균환(鄭均桓) 원내총무 등 당 지도부의 만류로 탈당을 결행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홍재형 파문'은 당내 충청권 의원들의 심정을 대변한 것이란 점에서 당지도부의 리더십 부족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향후 당의 대응여하에 따라서는 충청권의 연쇄탈당 등 새로운 분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중하기로 소문난 홍 의원이 탈당계 제출이라는 배수의 진을 친 것은 무엇보다민주당의 `충청권 홀대' 때문이라는게 대체적 시각이다. 특히 이인제(李仁濟) 의원의 대선후보 경선탈락이 소외감을 가중시킨 요인으로작용한게 사실이다. 홍 의원의 탈당 가능성이 감지된 것은 23일 오후 5시께 한 대표에게 충청도지부장 사퇴서를 내면서부터. 당시 홍 의원의 측근은 "도지부장 사퇴서를 제출한 홍 의원이 탈당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측근은 ▲충청권 인사의 주요당직 배제 ▲당의 충청권 지방선거 지원 소홀▲호남고속철의 충북 오송역 분기점 유치 난망 등을 `소외감'의 예로 꼽았다. 또 최근 당정개편 과정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낸 홍 의원이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중용될 것이라는 소문만 나오다 결국 현실화되지 못했고, 도지부장으로서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에 여성을 1순위로 천거했으나 좌절된 `개인적 아픔'도 홍 의원의반감을 초래했다고 이 측근은 전했다. 홍 의원은 24일 오후까지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잠적했는데 이 과정에서 이인제 의원을 비롯한 충청권 출신 의원, 한 대표, 김원길(金元吉) 사무총장 등의 다각적인 설득작업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인제 의원과 정균환(鄭均桓) 총무는 "탈당은 안된다"고 만류했고, 전용학(田溶鶴.충남 천안갑) 의원은 "당 지도부가 홍 의원의 탈당을 막아야 한다는 뜻을 당지도부에게 전했다"며 "만일 이런식으로 당 운영과 인사가 제대로 쇄신.개혁되지 않는다면 대단히 불행한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충청권 의원들을 대변했다. 지도부의 만류로 다소 감정을 누그러뜨린 홍 의원은 이날 오후 보좌진을 통해충청권 소외 등에 대한 개선책을 담은 요구사항과 함께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을경우 미련없이 탈당한다'며 탈당계를 한 대표에게 제출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홍 의원의 의사가 `즉각 탈당'으로 잘못 전달되면서 한때 당내에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한편 충청 출신 한 의원은 "충청지역 원외지구당 위원장들의 추천으로 한 대표가 이용희 전의원을 최고위원으로 지명했지만 당의 새로운 모습을 과시하기 위해선홍 의원이 적임이었다"며 "결국 최고위원회의에 자신과 가까운 사람을 더 많이 확보하려했던 것 아니냐"며 한 대표를 비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강원기자 gija00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