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모처럼 환하게 웃었다. 요즈음 셋째 아들 홍걸(弘傑)씨의 구속 등으로 심기가 불편한 김 대통령에게 웃음을 안겨준 사람들은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이었다. 김 대통령은 21일 저녁 우리나라 대표팀과 잉글랜드 대표팀과의 평가전을 TV를통해 직접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통령은 우리 대표팀이 축구 종주국인 잉글랜드 대표팀을 맞아 1대 1의 스코어를 기록하며 대등한 경기를 벌이자 박수를 치며 환호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김 대통령은 22일 아침 조영달 교육문화수석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 선수들이참 잘했다. 최선을 다해 뛰는 모습이 좋았다"면서 히딩크 감독과 선수들에게 격려의말을 전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선숙(朴仙淑) 청와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국민에게 좋은 경기 모습을 선물해 준 히딩크 감독과 선수들에게 축하와 격려의 말씀을 전한다"면서 "어젯밤 광화문사거리에서 우리 선수단을 응원하는 시민들의 함성이 청와대 앞마당까지 울렸다"고말했다. 김 대통령과 청와대는 월드컵을 9일 앞두고 노동계가 파업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정치권도 정치현안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축구팀의 선전이 국민을단합시키고 월드컵 열기를 고조시키는 촉매제로 작용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김 대통령은 이날 오후 김각중(金珏中) 전경련 회장을 비롯한 경제 5단체장을청와대로 초청, 간담회를 갖고 월드컵의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집중 논의하는 등 월드컵의 성공을 위해 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 내부에서는 정치권과 노동계가 아직까지 월드컵 기간 무정쟁, 무파업 선언을 하지 않고 있는데다 차남 홍업(弘業)씨 문제가 조기에 매듭지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 대한 답답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청와대 관계자들은 검찰의 수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 대놓고 말은하지 못하지만 홍업씨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지연되고 있는데 대해 안타까워 하고있다. 한편 이재신(李載侁) 민정수석은 21일 비서실 직원을 상대로 한 `화요 세미나'에서 "언론을 적으로 만들어선 안된다. 언론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았다. (서울=연합뉴스) 정재용기자 j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