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축구대표팀이 서울에 도착하면 김정일 위원장이 준 것이 '빈 박스'인지 아닌지를 확인하게 될 겁니다." 박근혜 의원 등과 함께 4일간의 평양 방문을 마치고 지난 14일 서울로 돌아온 장 자크 그로하 주한EU상공회의소(EUCCK) 소장은 김정일 위원장이 '크지만 비어있는' 상자를 선물로 준 것이 아니냐는 우회적인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번 방문은 EUCCK산하의 EKF(EU코리아재단)주도로 이뤄졌다. 박 의원은 EKF 이사 자격으로 대표단에 포함됐다. 그로하 소장은 EKF 대표단이 북한 당국과 △부산 아시안게임전인 9월초 북한 축구팀이 서울 평양 직항로를 통해 서울에 와서 남북친선 축구경기를 갖고 △'휘파람'을 부른 북한 여가수 전혜영이 포함된 보천보전자경음악단이 직항로로 11월 말 한국을 방문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말했다. 또 △북한 주민들에게 IT등 산업 이론 및 실습 교육을 실시하고,유럽 기업에 취업시키기 위한 '조선 경제인 트레이닝센터'를 중국 베이징에 열고 UNDP(유엔개발계획)와 함께 운영한다는 데도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로하 소장은 합의가 실현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EKF가 충분한 시간을 들여 준비한다면 모두 이행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조선 경제인 트레이닝 센터 개설 문제에 대해서는 김용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와 따로 면담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가 얻고 싶었던 것은 이 프로젝트에 대한 북한 정부의 입장 확인 및 지지 확보였다"면서 "내 목적은 달성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북측과 합의했다고 밝힌 김 위원장 답방 재확인,금강산 면회소 설치,국군포로 생사확인 등의 문제는 박 의원과 북한 정부간에 논의된 내용으로 EKF는 개입하지 않았다고 그로하 소장은 덧붙였다. 프랑스 국적인 그로하 소장은 지난 86년부터 92년까지 7년간 평양에 거주한 북한 전문가다. 94년부터 EUCCK 회원자격으로 한국에 머무르면서 북한의 사업환경을 파악하고자 하는 유럽기업과 북한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지난 4일에도 3일간 21명의 기업인과 함께 평양 남포 묘향산을 방문했다. 글=정지영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