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는 14일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반드시 지역구도의 정치를 정책구도의 정치로 바꿔내겠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이날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중견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 모두발언을 통해 "김영삼, 김대중 두 지도자는 결국 대통령이 됐지만 지역분열에 발목이 잡혀 개혁을 끝까지 힘있게 추진할 수가 없었다"면서 정책구도 정계재편 의지를 명확히 했다. 특히 노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권력층의 비뚤어진 특권의식과 반칙문화를 확실히 끊어내고 어두운 권력문화를 청산하겠으며 사정기관이 대통령의 눈치를 보지않고 제 구실을 하도록 만드는 한편 대통령의 가족, 친.인척, 측근, 고위공직자를 불문하고 부정과 비리를 저지르면 예외없이 법의 심판을 받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 후보는 "분열과 불신의 문화 극복은 이 시대와 역사의 요청"이라며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지역분열과 대립을 조장한 정치인은 21세기 한국의 지도자로서 자격이 없다는 게 저의 확고한 소신"이라고 밝혔다. 그는 "시장경제가 개방된 국민경제, 고도 분업사회와 조화될 수 있는 유일한 경제적 기본질서라고 확신한다"면서 "국가가 자의적으로 개입하는 관치시장, 독점시장과 불공정경쟁이 판치는 무질서 시장, 조작된 정보로 남을 속이는 음침한 시장을 배격하며 자율적인 시장, 공정경쟁이 이뤄지는 시장, 투명한 시장만이 고유의 경제적효율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저의 비전은 우리 헌법이 규정한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라면서 "그것은 문민정부 및 국민의 정부를 거치면서 이미 합의된 큰 틀의 비전인 인권과 민주주의, 시장경제 그리고 민족의 화해와 평화적 통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치지도자는 구체적인 정책 뿐 아니라 큰 틀의 역사적 안목도 갖춰야한다"면서 "저는 구체적인 정책에서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많은 차이가 있지만 역사적 안목, 신념과 용기에서도 근본적으로 다른 정치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용자는 자꾸 노동운동을 사상적으로 불순한 것처럼 편협하게 대하고 노동자는 오랜 기간 탄압받은 경험 때문에 매우 전투적"이라며 "이런 이데올로기적 불신 탓에 노사간에 실용적으로 타협하는 `윈윈게임'을 하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기자 k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