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문학단체들은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는 요절 천재시인 김소월을 기리는 기념행사와 문학제를 잇달아 열어 그의 삶과 문학에 대해 활발한 재조명작업을 벌이고 있다. 남한에서처럼 기념행사를 개최해 기릴 정도는 아니지만 북한 문단에서도 김소월을 `진보적인 애국작가'로 지칭해 그의 시 세계와 시 정신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김소월의 대표작들로 손꼽히는 `진달래꽃', `금잔디' 등이 북한에서 널리 애송되고 있지는 않다. 북한의 초ㆍ중등과정에서 배우는 일제시대 시인은 이상화, 이용악 정도다.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는 고등중학교 문학교과서에도 소개되고 있다. 평양서 발간되는 월간지 조선문학, 천리마 등에 소개된 김소월 평가를 종합해 보면, "민족적 설움이 서리고 향토적 정취가 그윽한 시들로 1920년대 우리 나라 시단을 특색있게 장식한 재능있는 서정시인"으로 서술되고 있다. 천리마는 특히 지난 1993년 `김소월과 그의 작품'이라는 글을 통해 소월의 시작품과 작가정신을 비교적 소상하게 재평가했다. 이 잡지는 '진달래꽃' `금잔디' `삭주 구성' `밭고랑 위에서' `초혼' 등을 소월의 대표작들로 들면서 "그는 유년시절 일제에 대한 증오와 저주의 마음을 품고 있으면서도 행동면에서 진취적이며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있지 못했으며 항상 울적한 심정 속에 나날을 보낸 정신세계가 그의 시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잡지는 이어 소월이 농촌의 향토적 정취가 넘치는 시들을 쓴 배경에 대해 "도시는 일제의 침략세력과 왜색ㆍ왜풍이 집중, 성행하고 있는 곳이며 농촌과 산골에는 아직 민족적인 것이 남아 있는 곳으로 파악하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1922년에 발표한 `금잔디'를 예로 들면서 "가신 님에 대한 그리움, 님을 잃은 설움으로 봄이 왔으나 서정적 주인공은 즐거움과 환희보다 애수에 잠겨있다"면서 소월의 시에서 님을 잃은 설움, 님과의 이별을 그리는 마음을 노래한 작품이 많은 것은 나라를 잃은 설움이 배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1929년에 발표된 `초혼'은 소월의 특색 있는 사상성을 가장 강렬하게 표현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지적했다. 이 잡지는 그러나 조국을 잃은 설움과 흥분, 잃어버린 조국을 애타게 그리는 마음을 절절하게 노래하는 시들을 창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초혼'을 비롯한 소월의 시에는 "빼앗긴 나라를 찾으려는 의욕이나 조국광복에 대한 신념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허무감을 주는 약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 문단에서 김소월을 비롯한 일제시대의 대표적인 문인들과 문학작품들은 대부분 `혁명성 결여'라는 이유로 묻혀 있다가 지난 85년 10월 김정일 총비서의 비준을 받아 다시 출판됐다. 북한 문학예술종합출판사가 지난 86년부터 발간한 현대조선문학선집에는 김소월, 현진건, 나도향, 최서해, 조명희, 이상화, 홍명희, 이효석, 채만식 등을 비교적 진보적인 작가로 분류하고 이들의 작품을 수록하기 시작했다. 김 총비서가 지난 92년 제시한 `주체문학론'에서도 민족허무주의를 극복해야 한다며, 김소월ㆍ정지용ㆍ한용운ㆍ김억ㆍ심훈ㆍ이효석 등을 일제시대에 진보적인 작품을 창작한 작가들로 분류했다. 이때만 해도 그동안 사장돼왔던 해방 전 작가들에 대한 재평가가 민족문학을 부활시켰다는 점에서 `수령형상문학'이 주름잡고 있는 북한 문학계에 획기적인 활로를 열어 놓은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작가의 사상동향과 작품의 사상성 우선, 예술성은 뒷전'이라는 기본원칙을 앞세우고 있는 `수령형상문학'의 그늘에서 민족문학은 발을 붙이기가 어려웠고그 성과도 극히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서울=연합뉴스) 정상용기자 cs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