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의 칼날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2남 홍업, 3남 홍걸씨를 향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는 "검찰수사를 지켜보자"며 말을 아끼고 있다. 박지원(朴智元) 비서실장은 3일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는 검찰 수사를 지켜보고 기다리고 있다"면서 "또 정치는 정당과 국회에서 하지만 국정만은 분명하게 챙긴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 실장은 '청와대가 검찰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갖고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검찰이 법과 사실에 의거해 수사를 하면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서운'이나 '섭섭'은 지켜보는 자세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실장은 '청와대가 미국에 머물고 있는 홍걸씨를 검찰에 소환되기전에 귀국시킬 용의는 없느냐'는 질문에 "미래에 대해 예측, 예단해선 안된다. 'if(가정)'에 대해선 얘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함구했다. 박선숙(朴仙淑) 청와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홍걸씨 조기 귀국설에 대해 "아는 바 없다"고 말하고 `월드컵 전에 현안을 다 정리하느냐'는 질문엔 "검찰이 조사를 하는 것인 만큼 청와대에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무슨 시나리오에 의해 처리될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김 대통령이 아들 문제에 대해 지난달 26일 대변인을 통해 대국민 사과를 한 만큼 검찰수사를 차분하게 지켜보겠다는게 청와대측의 확고한 입장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청와대의 분위기에 대해 일각에서는 사실상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마음의 준비를 끝낸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다만 청와대는 `홍걸씨가 LA에서 최성규 전 총경과 골프를 쳤다'는 등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보도하는 일부 언론의 보도태도에 대해선 강력한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한 고위관계자는 "검찰이 권력으로부터 이렇게 독립된 적이 있느냐"면서 "그렇다면 언론도 정확한 취재를 해서 보도를 해야지 일방적으로 몰아가면 안된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들은 김은성 전 국정원 차장이 재판부에 제출한 탄원서에서 `2년전 청와대에 최규선씨에 대해 보고했더니 권노갑 당시 민주당 상임고문과 홍걸씨가 임동원 당시 국정원장과 나에게 노발대발하며 항의했고 나를 경질시키려 했다'고 주장한데 대해 "전혀 모르는 얘기"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재용기자 j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