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일본은 29일부터 이틀간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적십자 회담을 열어 북한에 의해 납치된 것으로 알려진 일본인 실종자 문제를 비롯한 인도적 사안을 논의한다. 일본은 이번 회담을 통해 북한 납치의혹이 제기되어온 아리모토 게이코(有本惠子.납치당시 23세) 등 모두 11명의 일본인에 대한 소재파악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져이 문제가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일본측은 또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일본에서 북한으로 건너간 뒤 소식이 끊긴 38명에 대해서도 소재확인을 요청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은 지난 1977년부터 1983년까지 유럽 등지에서 일본인 유학생과 관광객 등11명이 8차례에 걸쳐 북한에 납치됐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북한은 이를 부인해 왔다. 북.일 적십자사간 회담은 지난 2000년 3월 이후 처음 열리는 것이며, 이번이 5번째가 된다. 이번 회담은 북한이 미국의 9.11 동시다발 테러발생 이후 부시 행정부에 의해 `악의 축'으로 규정되는 등 입지가 좁아짐에 따라 돌파구 마련을 위해 성사된 측면이강해, 북.일간 관계정상화를 향한 단초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그러나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일본 외상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적어도 납치사건에 관한 양국 협상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일본정부는 또 이번 회담에서 북한 거주 일본인 배우자의 일본 고향방문 사업이 재개될 수 있도록 북한과의 합의가 도출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당국자들은 밝혔다. 이와 함께 일본은 외교관계 정상화를 위한 회담을 재개하는 문제에 관해 북한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게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도 이번 회담에서 일제 때 일본으로 징용, 징병으로 끌려갔다가 지난 1945년 이후 행방이 묘연한 259명에 대한 소재파악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회담에 북한측 대표로 참가하는 인사는 리호림 조선적십사회 부서기장은 27일 베이징공항에 도착,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곧바로 북한대사관으로 떠났다. 일본측에서는 히가시우라 히로시(東浦洋) 적십자사 국제관계국장이 대표로 참석한다. (도쿄=연합뉴스) 고승일특파원 ksi@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