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20일 실시한 부산 경선에서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득표율 62.5%를 올리며 손쉽게 승리를 거둠에 따라 부산에서도 이른바`노풍(盧風)'의 위력을 재삼 확인한 셈이 됐다. 그러나 정동영(鄭東泳) 후보도 37.5%의 득표율을 올려 지금까지 그가 얻었던 득표율중 최고를 기록했다. 정 후보의 득표율에 대해 당의 한 관계자는 "경선을 끝까지 유지시키고, 아름답게 마무리하겠다는 부산 선거인단의 함의가 드러난 것"이라며 `영호남 화합론'의 뜻도 담겨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당초부터 부산 경선은 노 후보의 연고지이고, 이인제(李仁濟) 후보의 사퇴로 경쟁자 없는 독주가 예견돼 왔기 때문에 승부 자체보다는 노 후보의 득표력과 `노풍'의 부산지역 확산 여부가 주요 관심사였다. 실제로 노 후보의 이날 유세 연설도 경선 승부를 초월해 지방선거와 본선을 겨냥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노 후보는 "광주시민의 결단에 부산시민은 뭐라고 화답해야 하느냐"면서 "부산과 영남이 과거와 마찬가지로 한나라당 텃밭이어서는 안되며 이제 동서가 하나로 손을 잡고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광주의 정신을 살려 정 후보를 1등으로 밀어달라"는 요청도 했다. 노 후보의 이같은 입장은 지방선거에 직결돼 있다. 그는 부산.울산.경남에서 단체장을 따내지 못하면 후보 재신임을 묻겠다고 공언해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달도 채 남지 않은 6.13 지방선거에 대비, 부산에서 `노풍'을 확실하게 점화시키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었다. 그가 경선 전날 중동.서구.사하갑 지구당을 방문한 자리에서 "코앞으로 다가온부산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하지 못하면 후보를 반납해야 할지도 모른다"며 지지를 호소한 뒤 자신과 재야운동을 함께 했던 문재인(文在寅) 변호사를 언급한 것도경선보다는 지방선거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날 투표율은 이미 대세가 결정났다는 판단 때문인지 선거인단이 대거불참하는 바람에 41.9%로 뚝 떨어졌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기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