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나타난 이변의 원인은 의사결정권을 가진 선거인의 구성이 완전히 달라진 데 있다는 분석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탄탄한 조직을 갖춘 이인제(李仁濟) 후보가 노무현(盧武鉉) 돌풍에 고전하고,한화갑(韓和甲) 김중권(金重權) 고문이 중도포기한 이유는 전체 선거인단의 50%를국민선거인단이 차지했을 뿐 아니라 나머지 절반인 당원과 대의원 선거인단의 면모도 크게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것. 이변의 필요조건은 `3김식 정치'를 일신하고자 하는 민심의 변화였지만, 그같은민심이 경선에 반영되게 한 충분조건은 선거인단의 변화였다는 것. 당의 한 관계자는 "2000년 8.30 전당대회때와 이번 경선의 대의원 명단을 지구당별로 비교해보니 최소 40%, 최대 80%까지 달라졌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조직이힘을 쓸 수가 없고 지구당 위원장의 영향력도 별로 먹혀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당 선거인단은 대의원 1만4천명(20%)과 비대의원인 당원 2만1천명(30%), 일반국민 3만5천명(50%)으로 구성됐다. 국민선거인단은 차치하고 대의원 선거인단 가운데 선출직 대의원의 비율이 52.8%에서 69%로 늘어났고, 정반대로 당연직 대의원은 47.2%에서 31%로 대폭 감소했다. 특히 당원선거인단에 여성과 40세 미만을 각각 30% 이상 포함시키도록 하고, 읍면동별 인구비례를 감안하도록 한 규정이 선거인단의 면모를 바꾼 결정적 요인이 됐다. 또 상향식 공천이 정착되면서 지구당 위원장들이 차기 총선의 공천을 의식해 기존 대의원을 대거 교체한 것도 조직기반을 변모시킨 한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서울지역 한 지구당 관계자는 "과거에는 당원중 연령 순서대로 선거인단 자격을줬지만, 이번에는 성별 연령별 기준을 맞추다보니 지구당위원장과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을 대거 포함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이에따라 지난 2000년 8.30 전당대회 당시의 조직표를 믿고 경선에 나섰던 한화갑 김중권 후보는 예상밖의 저조한 성적에 당혹해 할 수밖에 없었고, 구동교동계 역시 영향력 퇴조를 절감해야 했다. 8.30 때만 해도 대의원들을 좌지우지할 수 있었던 동교동계가 이번에는 `낯선'사람들을 상대로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고, 민주당의 모세혈관이 바뀜으로써 조직동원, 돈봉투가 침투할 통로도 차단되는 부수적인 효과도 가져왔다. 권노갑(權魯甲) 전 최고위원의 한 측근은 선거인단 구성안이 발표된 직후 "이런식이면 앞으로는 동교동계고 뭐고 없다"고 당혹해 한바 있다. 변화를 예감했다는 말이다. 김현미(金賢美) 부대변인은 "요즘 경선대회장에 가보면 얼굴이 화사해졌다"며 "과거에는 주로 50대 이상 남성 대의원이 주축이었으나, 지금은 30-40대 생활인들이 산책 나오듯 투표에 참여하고 아기를 업은 여성들도 자주 눈에 띄는데 이들은 밥과 돈으로 표가 바뀔 사람들이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기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