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인제(李仁濟), 노무현(盧武鉉) 후보간에 무차별 폭로 공방으로 후유증이 우려되는 등 중반에 접어든 경선전에 파랑 주의보가 켜졌다. 이 후보측는 22일 이 후보가 `음모론'을 직접 제기한데 이어 24일 춘천 경선 합동유세에서 직접 `배후실체'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예고하는 등 이른바 `노풍(盧風)' 견제를 위한 전면공세에 나섰다. 이에대해 노 후보측은 이 후보측이 제기한 의혹을 적극 해명, 반박하면서도 이후보측에 대한 맞불공세를 삼간채 경선전이 자칫 네가티브 캠페인으로 전락할 것을우려, `페어플레이'를 강조하고 있다. 당 지도부도 최근의 경선운동 양상이 경계수위에 이르렀다고 보고 지도부가 직접 나서 양측의 자제를 설득한다는 방침이고 양측의 중도적 인사들도 물밑접촉을 갖고 경선의 원활한 진행을 위한 방안 모색에 나섰으나 효과는 미지수다. ◇이인제 강공 배경 = 이날 이인제 고문측이 `노풍 음모론'을 비롯해 노무현 고문에 대한 전면공세에 나선 배경엔 무엇보다 `이대로 가면 어렵다'는 절박감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해서든 노풍의 더 이상 확산만이라도 막지 못하면 이 고문이 경선에서승리를 거두기 힘들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 고문 진영은 광주 경선 패배 이후 다각적인 원인분석을 통해 "노풍이 처음분 것은 자연발생적일 수 있지만, 이것이 계속 확대 재생산되는 것은 특정세력의 음모가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고문이 이날 충남지역에서 "국민의 마음이 평온한 상태에서 후보를 판단해야하는데 지금은 매우 비정상적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한 것은 이 고문 진영 내부의 기류를 말해준다. 오는 24일 실시되는 강원 경선의 경우 당초 50% 이상의 득표율을 자신했으나 강원지역도 노풍의 영향권에 들어가는 바람에 선거를 불과 이틀 남겨놓은 시점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됨에 따라 승부수를 띄운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주 대전 경선 압승과 23일 충남 경선에서 예상되는 압승으로 득표누계에선당분간 1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 몰라도 강원 경선에서 1위를 내줄 경우 득표누계의정치적 의미는 무색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고문 진영 내부에선 앞으로 여론추이에 따라 경선포기도 불사해야한다는 극단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여론의 추이를 본격적으로살피는 시점은 `음모의 배후' 폭로를 예고한 강원 경선 직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고문 진영의 한 관계자는 "강원 경선 이후 사태 추이를 봐가며 앞으로 행보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대응자제 = 노 후보측은 이른바 `노풍(盧風)'이 대세화했다고 판단,이 후보측의 공세에 `여유있게' 대응하며 경선을 승리로 이끈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 후보측이 `보이지 않는 손'과 `정계개편론 배후설' 등 각종 음모론에불씨를 지피고 있는 것과 관련, 이 후보측의 이러한 강공 배경과 목적 분석에 들어갔으며, 최악의 시나리오에도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 후보측은 일단 이 후보를 `링'안에 머물게 하고 국민경선제를 온전히 치를수 있는 환경조성에 주력할 계획이다. 유종필(柳鍾珌) 공보특보가 "페어플레이가 최선의 정책"이라며 노 후보가 경선초반 이 후보에게 집중 제기했던 `정체성' 시비에 대해 "본질적이고 중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이 후보 지지자들의 자긍심에 상처를 줬다면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나선것도 그 일환이다. 유 특보는 특히 "이 후보가 3당합당에 합류했지만 노동부장관을 하면서 좋은 정책을 많이 편 데 대해 평가하고 민주당에 와서도 지난 총선때 선대위원장 맡아 영남을 제외한 전국정당을 만드는 데 많은 공을 세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이날 충남지역 방문중 `정계개편 배후설'에 대한 질문을 받고 "배후,음모는 없는데 왜 그런 얘기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고 `경선 자체가 깨질가능성'에 대한 물음에 "되는 당에서 같이 하는 게 낫지"라고 답했다. 노 후보측은 특히 이 후보측의 공세에 대비, `네거티브 캠페인'을 자제하면서정책비전 제시, 안정감 심어주기 등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한 관계자는 "차분하고 안정감 있게 가는 것일 뿐"이라며 "국민경선제의 성공은우리당뿐 아니라 정치 전반의 발전을 위해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위해 각 후보는 각별히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내 우려 점증 = 이, 노 후보의 과열경쟁, 특히 민주당내에서 금기시돼 선거인단의 득표에 유리할 것이 없는 색깔론까지 동원한 이 후보 진영의 노 후보에 대한 전면적인 파상공세에 대해 당내에선 경선이란 판 자체가 깨지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싹트고 있다. 이 후보측의 최근 움직임이 결국 후보사퇴나 경선불복 선언을 위한 명분쌓기용이 아니냐는 관측도 대두하?있을 정도다. 당직자들은 사석에서 '이 고문이 경선을 깨려는 것 아니냐'는 말을 공공연하게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중진 의원은 "이 고문이 '경선을 안하겠다'고 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으며 한 초선 의원도 "국민의 폭발적 관심속에 치러지고 있는 경선이 제대로 갈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 같다"며 "이 후보측이노 후보의 재산.사상.여자 문제 등을 집중 공격하면서 정계개편 배후설을 거론하고있는 것은 경선 포기 명분을 쌓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 분석했다. 동교동계 구파의 한 관계자도 "이 후보측의 대응이 안타깝다"면서 이 후보측이 주장하는 음모설에 대해 "지금과 같은 상황을 도대체 누가 어떻게 기획할 수 있다는 것이냐. 누가 이런 상황을 예측했겠느냐"고 말했다. 당 지도부도 긴장한 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한광옥(韓光玉) 대표와 김영배(金令培) 당 선관위원장은 우선 당내 경선에서 '음모'는 있을 수 없다고 못박고 양측의 자제를 위해 적극 설득에 나섰다. 한 중진 의원은 "동료 의원들이 최근의 사태에 우려를 갖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조만간 동료 의원들과 모임을 갖고 양측의 자제를 요청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개혁 성향의 한 초선의원은 "이러다간 국민경선 자체가 깨질 우려가 있다"며 "이 고문 진영의 의원들과 만나 사태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해 볼 생각"이라고 말하는등 양측의 중재를 모색하는 의원들의 움직임도 일고 있다. minchol@yna.co.kr kn0209@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민철 김현재 고형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