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간 22일 정상회담은 두달 앞으로 다가온 월드컵 대회의 성공적인 공동개최 및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을 위한 협력에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두 정상이 회담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5월31일 월드컵 서울 개막식 참석과 김 대통령의 6월30일 요코하마(橫浜) 폐막식 교차참석에 최종 합의하고, 정상회담 이후 월드컵 관련 상징장소를 함께 방문한 것은 이같은 의미를 더해줬다. 두 정상은 개.폐회식 교차방문 이외에 원활한 월드컵 교류증진을 위해 한시적인 비자면제(5.15-6.30), 한일 항공편의 주 140편 증편, 김포-하네다(羽田)간 하루 10편의 전세기 운항 등 구체적인 월드컵 협력방안에도 의견을 모았다. 두 정상의 논의 초점은 역사왜곡 파문으로 지난해 한때 불편했던 한일관계를 극복하고, 양국간 실질적인 협력관계 증진을 위한 방안 마련에도 집중됐다. 두 정상은 이와 관련, 역사왜곡 방지를 위한 한일 역사공동연구기구 설치에 양국이 이달초 최종 합의한 것에 만족을 표시하고 내실있는 성과도출을 위해 적극 노력키로 하는 등 지난해 10월 정상회담 7개 합의사항의 철저한 이행에 노력키로 했다. 두 정상이 월드컵 기간 한시적인 비자면제에서 나아가 항구적인 한일간 비자면제 협의를 적극 벌여나가고, 양국 외무장관의 연내 교차방문, 양국 외무당국간 고위급 협의 활성화, 한국 청년들의 워킹 홀리데이 비자발급 확대 등에 합의한 것은 양국간 미래지향적인 협력 의지가 담겨있다. 또 그동안 민간차원에 머물던 양국간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논의를 정부도 참여하는 합동위원회를 발족, 한단계 논의수위를 높여 나가기로 의견을 모은 것이나 양국이 투자자유화를 위한 한일투자협정(BIT)을 이날 체결한 것은 실질 경제통상 협력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은 이날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대북정책 조율에도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특히 두 정상은 단독회담 배석자를 양측 각 1명으로 줄임으로써 대북문제와 관련한 깊숙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관측돼 주목된다. 두 정상은 우선 지난달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한이 한반도 평화.안정에 기여했다는 점을 평가하고, `대화를 통한 대북문제 해결' 원칙 및 대북 포용정책의 지속적 추진 및 한.미.일 3국간 대북정책 조율 강화에도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두 정상은 북일간 수교교섭 중단에도 불구하고 북일간 외교관계 정상화가 필요하다는데도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담에서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 의혹도 거론됐다. 고이즈미 총리는 방한 전부터 얘기했듯이 "북한이 납치문제 해결을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우리의 협조를 요청했고 김 대통령도 가능한 범위내 협력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이와 관련, 식량지원 등 대북 인도적 지원문제에 대해 자국내 여론을 감안해 신중한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정상은 지난해 10월 정상회담에 이어 이번 회담을 통해 98년 체결된 `21세기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정신에 맞춘 미래지향적 실질협력 복원관계의 발판을마련했지만 향후 양국관계는 고교 교과서 검정과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 등 아직넘어야할 산이 남아 있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훈기자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