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이인제(李仁濟) 후보와 노무현(盧武鉉) 후보는 20일 민주당 중앙당 후원회장에서 한치의 양보도 없는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두 후보는 이날 행사장의 같은 테이블 옆자리에 나란히 앉아 취재진이 지켜보는가운데 반말로 뼈있는 설전을 주고 받았다. 옆자리에 있던 이정일(李正一) 의원이 "충청도 표를 혼자 다 가져가면 어떻게 하느냐"고 말을 건네자 노 후보는 "오늘 충청도에 갔다 왔는데 이도 안 먹히더라"라고 했고 이 후보는 얼굴을 찡그리며 "영호남만 다 해먹으면 안되잖아"라고 맞받았다. 그러자 노 후보는 오른손으로 이 후보의 왼팔을 가볍게 잡으며 미소를 머금은채 "다 안해먹도록 할게"라고 여유를 보였으나 이 후보가 대꾸없이 "허허..."하며 쓴웃음을 짓자 "오늘 그림이 안 좋구만"이라며 지구당 위원장들과의 인사를 핑계로 자리를 옮겼다. 기호순으로 행한 축사에서 노 후보는 "기분은 엄청 좋은데 말이 어렵다"며 "광주지역 선거인단이 보여준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결단에 감동해 마지 않는다"면서 "갑자기 사고 내서 어느날 엄청나게 까먹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있는데, 아주 각별히 조심하고 겸허하게 한치의 실수없이 만전을 기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후보는 "노 후보 보다 키가 작아서 마이크를 낮춰야 겠다"고 말을 꺼낸 뒤 "부시 대통령도 초반 맥케인 돌풍에 코가 부러지고 박살났고, 저도 초반에 고생을 많이 하고 있지만 최선을 다해 선전하겠다"고 경선 승리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행사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이 후보는 노 후보의 정계개편론에 대해 "경선에 나선 후보가 정계개편을 말한 것은 온당치 않다"며 "당을 부수라고 후보를 뽑는 것이 아니며, 자가당착적인 주장"이라고 공격한뒤 "97년 신한국당 경선때도 이회창 총재는 두 아들 문제가 밝혀지지 않아 후보가 됐다"며 노 후보 검증론을 제기했다. 이 후보의 공격에 대해 노 후보는 "사리에 맞지 않는 말은 대응하지 않겠다"며 "조심스럽고 전략이 있어서 한템포 늦추기로 했다"고 말을 아꼈다. 이날 후원회는 한광옥(韓光玉) 대표 등 당 지도부와 김각중(金珏中) 전경련 회장 등 경제5단체장, 한나라당 나오연(羅午淵) 후원회장, 자민련 한영수(韓英洙) 전부총재와 오장섭(吳長燮) 사무총장을 비롯 각계인사 700여명이 참석했다. 그러나 표밭갈이에 여념이 없는 김중권(金重權) 정동영(鄭東泳) 후보와 경선후보를 사퇴한 한화갑(韓和甲) 전 고문 및 김근태(金槿泰) 의원 등은 불참했다. 한 대표와 정균환(鄭均桓) 후원회장은 국민경선의 흥행 성공을 자축하면서 정권재창출을 다짐했다. 당초 예상보다 참석자가 적은 데 대해 정 후원회장은 "지역구에서 각종 경선이 열려서 지구당 후원회원들이 참석하지 못했다"면서 "참석자 수와 후원금 액수는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mangels@yna.co.kr (서울=연합뉴스) 맹찬형 전승현기자 shch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