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종(李元鐘) 충북지사가 19일 결국 자민련을 버리고 한나라당에 입당함으로써 이번 지방선거에서 충청권 3개 시도지사 석권에 당존립을 걸었던 자민련이 위기에 직면했다. 자민련은 이날 한나라당과 이 지사를 강력히 규탄하는 성명을 냈으나 이 지사 대안물색 등 뾰족한 대책도 내놓지 못한 채 고스란히 충격을 감수하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14일 한나라당 부총재단의 이 지사에 대한 탈당 공개권유 사건에 대해 김종필(金鍾泌) 총재가 '이회창 총재 퇴출운동'이란 초강수를 꺼내든 데다 당적변경에 따른 비난여론도 만만치 않은 만큼 이 지사가 쉽게 탈당을 결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해오던 터에 이 지사의 탈당소식에 자민련은 망연자실했다. 김 총재는 "고얀 친구로구만..."이란 한마디외에 말문을 닫았다고 정진석(鄭鎭碩) 대변인은 전했다. 대신 정 대변인이 성명을 통해 "배신과 변절의 말로가 얼마나 참혹한 것인지 이지사와 한나라당은 머지 않은 장래에 뼈에 사무치게 깨달을 것"이라며 "이 총재와한나라당은 정치권 퇴출을 위한 국민적 저항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당 일각에선 한때 민주당 소속인 나기정 청주시장이나 홍재형(洪在馨) 의원을민주당과 연합공천하는 국지적 연합공천론도 제기됐으나 반대론에 밀려 힘을 받지못하고 있다. 자민련으로선 정계개편 흐름에 편승, `범보수 내각제 신당' 기치로 군소정당의입지를 탈피해보려는 전략마저 제대로 먹혀들지 않고 박근혜(朴槿惠) 정몽준(鄭夢準)의원 등 정계개편 추진세력도 '개혁 신당'을 내세우며 자신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어 비상구가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셈이다. 특히 김 총재의 지도력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이어서 자칫 소속 국회의원들의 `탈당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민련은 창당 이듬해인 96년 4.11 총선에서 국회의석 50석을 확보, 충청.대구.경북.강원을 지역기반으로 구축했으나 2000년 4.13 총선에서 참패, 의석 수가 17석으로 급감한 데 이어 이번에 이 지사마저 탈당함으로써 '충청당'이란 상징적 의미마저 퇴색, '대전.충남당'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자민련은 98년 2기 지방선거 직후 충북지역에서 광역의원 19명(총 27명중 민주당 4명, 무소속 4명), 기초단체장 6명(총 11명중 민주당 2명, 무소속 3명)을 확보,독보적인 위상을 누렸다. 그러나 지금은 광역의원 2명(한나라 19명, 민주 3명, 결원 3명), 기초단체장 4명(민주 2명, 한나라 3명, 무소속 1명, 결원 1명)으로 줄어 당세가 급격히 위축된상태다. (서울=연합뉴스) 추승호 기자 ch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