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 시도별로 진행중인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지역주의 투표성향이 어떻게 투영될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3번째 경선지인 광주에서 무너지는 것처럼 보였던 지역주의가 4번째 투표가 실시된 대전에서 `몰표' 현상으로 부활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호남의 중심지인 광주에서 치러진 경선에선 영남 출신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높은 득표로 1위를 차지, 지역주의 장벽을 무너뜨렸다는평가가 나왔다. 민주당 본거지인 광주의 선거인단이 호남 후보의 본선 경쟁력 한계를 인식, 영남후보인 노 후보의 득표잠재력을 인정한데 따른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17일 대전 경선에서는 지역연고를 갖고 있는 이인제(李仁濟) 후보가 압도적 표차로 2위인 노무현 후보를 따돌리고 종합순위 1위로 올라섰다. 이런 몰표현상을 단순한 지역주의 투표성향으로 몰아붙이기엔 무리라는게 이 후보 진영의 주장이다. 이 후보는 지역의 `인물'로 각인된지 오래된데다 지난 97년 대선에서 한차례 검증을 받았고 2000년 총선에선 민주당 선대본부장을 맡아 충청권에서 민주당 의석을전체의 3분의 1인 8석이나 낚는 등 큰 역할을 해냈기 때문이란 논리에서다. 그럼에도 이 후보가 얻은 67.5%의 첫 몰표는 `지역주의' 논란을 재연시키기에충분하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당장 영남권, 특히 대구경북 지역에서 높은 지지를 기대하고 있는 김중권(金重權) 후보는 "지역감정이 많이 작용한 것같다. 영남도 할 말이 있을 것"이라고 지역주의 표심을 지적했다. 한화갑(韓和甲) 후보측도 "지역주의를 극복하고자 했던 광주시민들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것 같아 안타깝다"며 가세했다. 이 후보는 그러나 "나는 한번도 지역주의를 조장한 적이 없다. 민심의 발로"라고 일축하고 여론에 기반한 `대세론'을 이어가겠다는 전의를 다졌다. 당 안팎에선 이날 이 후보에게 몰표가 쏟아진 것은 `노무현 대안론'이 급부상한데 따른 충청민심의 `반작용'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충남 강원 등 중부권과 경남, 전북, 대구 등으로 이어지는 영.호남 지역경선에서 대전 몰표가 `역풍'으로 작용해 지역주의 투표성향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대두되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고형규기자 k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