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北京)주재 주중 스페인 대사관에 진입, 난민지위와 한국행을 요구하던 탈북자 25명이 15일(이하한국시간) 필리핀을 거쳐 오는 17일께 서울에 올 예정이다. 이들 탈북자는 이날 중국.스페인.한국 등 관련 당사국간 신병처리 방안에 대해 신속히 합의함으로써 대사관 진입 하루만에 출국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주중 스페인 대사관으로 긴급 피난한 탈북자 25명이 오늘 필리핀으로 갈 것"이라고 밝혀 필리핀을 경유한 서울행이 이뤄질 것임을 확인했다. 다른 고위 관계자는 "탈북자들은 제3국에 도착한뒤 그간의 심리적 압박을 회복하고 건강진단을 받은뒤 한국에 올 것"이라며 "16일중 서울도착은 불가능하며, 17일께 한국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탈북자들이 진입한 스페인 대사관에서 15일 오후 1시께 선탠 유리창에 군용 번호판을 단 검은색 승용차 6대가 대사관 구내를 빠져 나갔으며, 앞좌석에는 군요원이 탑승한 장면이 목격됐다. 이어 오후 2시에도 외교관 번호판을 단 미니밴 3대가 다시 대사관 구내를 빠져나갔으나, 이 차에는 운전기사만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차량 뒤에는 승용차 2~3대가 뒤따랐다. 이와 관련, 또다른 정부 당국자는 "탈북자 25명이 오후 4시 30분께를 넘겨 중국 국적기를 이용, 베이징 공항을 출발했으며 중국내 한 지방을 경유해 저녁 늦게 필리핀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필리핀 정부의 소식통도 탈북자 일행은 같은날 밤 마닐라에 도착, 필리핀 정부관계자와 마닐라 주재 한국대사관 직원의 안내를 받을 예정이며, 한국행 허가를 받기 전까지 격리 조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주룽지(朱鎔基) 중국 총리는 오전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인 설명없이 "중국 외교부가 (탈북자 신병처리에 대해) 해당 대사관들과 협의해 합의점에도달했다"고 밝혔다. 주중 한국대사관은 탈북자 일행에 임시여행 증명서를 발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종전과 마찬가지로 이번 탈북자들에 대해서도 지난 51년 난민협약이 규정한 `난민' 지위를 부여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탈북자 가운데 1명은 건강이 좋지 않아 검진을 받았으나 검진결과 심각한 상태는 아니며, 제3국행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섯 가족과 개인 3명(성인 14명, 10대 11명)으로 구성된 탈북자 일행은 14일 오전 11시(한국시간)께 난민 지위 부여와 남한행를 요구하며 스페인 대사관에 진입,농성에 들어갔으며 중국 정부가 자신들을 북한으로 강제 송환할 경우 자살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제3국 경유 금명 서울행이 확실시됨에 따라 스페인 대사관으로 긴급 피난한 탈북자 사건은 한국과 중국 및 스페인,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등 관련 당사자간의 긴밀한 교섭을 바탕으로 발생 하루를 넘기면서 해결의 돌파구를 맞았다. 정부는 탈북자 25명이 오는 17일께 서울에 도착할 예정에 대비, 15일 오후부터는 안전한 입국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베이징.서울=연합뉴스) 이상민특파원.권경복기자 kkb@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