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초 기종결정을 앞두고 현재 1단계 기종결정평가작업이 진행중인 차기 전투기(F-X) 사업에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지난 3일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군 고위층의 '특정기종 강요' 의혹을 제기했던 공군 대령이 한 외국업체의 한국대행사 관계자와 접촉, 사업 진행상황과 관련해 '조언'을 해주고 1천100만원을 받은 혐의가 군 당국에 포착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공군 검찰부는 9일 전 공군시험평가단 간부였던 조모(공사 23기) 대령을 군사상 기밀누설 및 형법의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했다. 조 대령은 공군시험평가단 간부로서 지난 2000년 8∼12월 F-15K(미 보잉) 라팔(프랑스 다소) 유러파이터(유럽컨소시엄) 수호이-35(러시아 로소보론엑스포트) 등 참가 4개 기종을 상대로 한 국외시험평가 작업에 참가한 바 있다. 그를 조사한 국군 기무사에 따르면 그는 한 외국업체 한국대행사인 C사 관계자와 지난해 3월초순께 만나 '절충교역과 기술지원 부분을 높이고 가격상승을 최소화하라'고 전했으며, 6차례에 걸쳐 모두 1천1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2001년 3월초순이면 조 대령이 국외시험평가 작업을 마치고 공군 시험평가단에서 그만둔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인데다, 성능.무장.전자장비 등 4개 기종을 비교평가한 위치에 있었던 만큼, 특정업체가 가격과 절충교역, 기술지원 부분에서 획기적 대안을 내놓을 경우 승산이 있다는 식의 `조언'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그는 지난 3일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방부에서 특정기종 선정을 강요하고 있다'는 취지의 외압의혹을 제기, 이 업체와의 연계 의혹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조 대령 개인이 군사기밀을 누설하고 뇌물을 받았는 가 하는데서 끝나는 게 아니다. 이달말로 예상되는 1단계 F-X 기종결정 평가작업을 앞두고 외국업체들끼리 총력을 동원, 강력한 로비를 펼치고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속에서 특정업체와 관련된 이같은 문제가 불거짐에 따라 기종선정 자체에 영향을 미칠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월19일 국방부 조달본부가 이들 4개 업체와 교환한 가계약서에는 '불법로비로 확인되면 구매자는 계약의 전부나 일부를 취소할 권리가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 명시돼 있어 해당 업체의 탈락사태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가계약서의 `F-X 프로젝트 반(反) 뇌물수수 조항'에는 각 업체의 어떤 개인이나 간부, 에이전트 또는 그 업체를 위해서 일하는 어떤 사람도 F-X 사업과 관련된 어떤사람에게도 불법적인 목적으로 대한민국법에 금지된 '어떠한 지불'(any payment)도하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어떤 뇌물'(any bribery)도 제공하지 않을 것임을 약속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명시돼 있다. 여기서 '어떠한 지불'이란 현금이나 금품을 제공하거나 제공을 약속하는 것이라고 규정했고, '어떠한 뇌물'은 대한민국 형법 제133조의 뇌물이라고 명시했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기무사가 조 대령과 해당 업체 관계자를 상대로 추가조사를 벌이고, 앞으로 확정판결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해당 업체가 탈락하는 극단적인 사태가 빚어질 수 있고, 이를 둘러싸고 논란이 불거질 소지가 적지 않다. 그러나 확정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인 만큼, 국방부는 이사건과는 별개로 당초 계획대로 한국국방연구원(KIDA) 한국국방과학연구소(ADD) 공군본부, 국방부 조달본부 등 4개 기관으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는 1단계 기종결정 평가를 예정대로 이달안에 마치고 4월초 기종을 선정할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이 유 기자 l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