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중순으로 끝나는 차세대전투기(FX)의 1단계 평가를 앞두고 '미국 외압설' 등 각종 의혹이 흘러 나오고 있다. 3월말 열리는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어떤 형태로든 FX문제가 언급될 것이란 관측도 강하다. 이에 따라 국회 국방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4일 김동신 국방장관을 출석시킨 가운데 국방부가 평가기준을 변경해 특정기종을 선정하려 했는지의 여부 등을 집중 추궁했다. ◇외압 때문에 평가점수 바꿨나=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전후해 FX외압 의혹설이 끊임없이 제기돼온 가운데 최근 이같은 외압설을 뒷받침하는 '정황증거'가 속속 나오고 있다. 국방부가 국방과학연구소(ADD) 등 평가기관에 일부 항목의 평가점수대를 '0∼1백점'이 아닌 '60∼1백점'으로 바꾸라고 지시를 내린 부분이 그 대표적 사례. 이와 관련,군 안팎에서는 "기술이전 등 일부 평가항목에서 점수를 60∼1백점으로 주면 경쟁기종간의 점수 차가 줄어들어 결국 미국 보잉의 F15K가 선정될 가능성이 커진다"며 특혜의혹을 제기했다. 국방부가 지난해 발표한 평가방식에 따르면 4개 기종에 대한 평가결과 점수차가 3% 이내로 나올 경우 2단계 평가에서는 한·미동맹관계 등이 고려되기 때문이다. 프랑스 다소 관계자는 "기술이전 절충교역프로그램 등 핵심부문에서 가능한 많은 것을 한국측에 제공해 경쟁업체와의 차별성을 부각하려 했는데 이처럼 점수차를 좁혀버리면 변별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동신 국방장관은 그러나 이날 국방위 답변에서 "미국으로부터 압력을 받은 일이 없으며,국방부도 압력을 가한 일이 없다"고 외압설을 일축했다. ◇군 내부 갈등있나=기종선정을 담당하고 있는 국방부와 실제 전투기를 운용할 공군간 '갈등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공군측이 군사기밀사항인 4개 기종 평가보고서를 외부로 흘려 최신 기종인 프랑스 라팔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동시에 (국방부가 밀고 있는) 미국 보잉의 독주를 견제하려 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 공군이 지난 2000년 8월부터 4개월간 벌인 이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라팔이 △일반 성능 △무장 능력 △항공 장비 △신뢰성 및 가용성,정비성 △전력화 지원요소 5개 분야에서 '우수(2개)'또는 '우수-(3개)'평가를 받는 등 전항목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한나라당 정재문 의원은 "공군의 보고서가 외부에 공개된 경위를 밝히고 1차 평가를 맡고 있는 국방연구원 등에 가해지고 있는 외압의 실체를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3급 기밀인 평가보고서의 유출 경위를 조사해 관련자를 엄중 문책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김수찬·김동욱 기자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