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2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한중일 아시아 3국 순방중에 제의한 대화 제의를 일단 거부함에 따라 다소 호전될 것으로 보였던 북미관계가 다시 냉각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부시 대통령의 대화 제의를 "우리와의 대화부정 선언이나 같다"며 "미국이 우리 제도를 인정하려 하지 않으면서 침공의 구실만을 찾기 위해 제창하고 있는 그런 대화는 필요없다"고 잘라말했다. 정부는 북한측의 공식 반응이 지난 20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간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대화참여를 실질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시점에서 나온데 대해 특히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북한측 반응만으로는 단순히 북미관계의 악화 전망을 점치기는 힘들다는게 우리 정부 당국의 판단이다. 당국자들은 대체로 북한이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언급을 "우리의 최고수뇌부를 악랄하게 중상모독하는 망동"이라고 말한 것은 결국 '내부용'이 아닐까 주시하고 있다. 북한이 부시 대통령의 대북언급 가운데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 '모든 현안을 대화로 해결한다'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계속한다'는 등의 호의적 발언을 지적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측의 대미 비난 담화는 "대화부정 선언이나 같다"고 한 데서 볼 수 있듯 대화제의에 대한 명백한 거부라기 보다는 미국측 진의를 파악하고 향후 재개될대화에 대비하기 위한 '시간 벌기용'으로도 해석된다는게 현재까지의 판단이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이번 한일중 순방후 북미관계를 반드시 낙관만 할 수도 없다는데 한국과 미국의 고민이 있다. 부시 대통령은 특히 방한기간 김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 정권과 주민들에 대한 분리대응 방침을 분명히 하면서 대량살상무기(WMD) 문제 등의 대화를 통한 해결원칙을 재확인 했다. 하지만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담화에서 "부시가 줴치기(말하기) 좋아하는 대량살륙무기(WMD)요, 기아요 하는 문제들도 다 다름아닌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추구하며 반세기 이상 우리를 군사적으로 위협하고 경제적으로 봉쇄해온 결과로 산생된 문제들"이라고 반박했다. 따라서 현안에 대한 북한과 미국의 인식 차이는 큰 것임을 간접적으로 증명하고 있는 셈이고, 때문에 향후 대화를 향한 북미 양측의 물밑 조율에 더욱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이와 관련, 우리 정부는 부시 대통령이 21일 중국의 장쩌민(江澤民) 주석에게 미국의 제의를 김정일 위원장에게 전달해달라고 요청한 사실에 주목하면서 중국의 중재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또 북한이 WMD 등을 의제로 하는 미국과의 대화를 회피할 경우 국제사회에서 운신의 폭이 더욱 줄고, 제재조치가 가해질 우려가 있어 미국의 유연한 조치에 상응하는 접촉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 문제를 '대화로 풀겠다'는 김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간 정상회담합의를 토대로 한미 양국은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유도하기 위해 직접 대화채널은 물론 주변국을 통한 대북설득 작업도 병행, 북미대화 재개 성사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연합뉴스) 권경복기자 kkb@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