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한으로 이루어지는 한ㆍ미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대량살상 무기와 재래식 무기 관련 문제가 논의될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이 군축과 관련해 지금까지 어떤 입장을 취해 왔는지 주목되고있다. 북한이 제시한 대표적 군축방안으로는 정전협정 체결 40주년이 되던 지난 88년 11월 당중앙위원회ㆍ최고인민회의 상설회의ㆍ정무원 연석회의를 통해 밝힌 '포괄적평화방안'과 90년 9월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연형묵 당시 총리가 기조연설을 통해 제시한 `군사적 대결상태 해소 방안'을 꼽을 수 있다. 포괄적 평화방안'은 3단계 주한미군 철수와 3단계 군축의 동시 실현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북한이 주장하고 있는 3단계 주한미군 철수방안은 3년에 걸쳐 미군사령부 및 지상군의 부산ㆍ진해 계선(북위 35도30분 이남) 철수 →지상군 완전 철수 →해ㆍ공군완전 철수 등의 3단계 수순을 거치는 것으로 요약된다. 남북한 병력 역시 1년 내에 40만명씩으로, 2년 내에 25만명씩으로 단계적인 감축을 실시하며 그 후 1년의 감축과정을 더 거쳐 4년째부터는 각각 10만명 이하의 병력을 유지하자는 것이 골자다. `포괄적 평화방안'에는 또 핵ㆍ화학무기를 비롯한 특수무기를 남북한 병력 감축추진 1년 이내에 폐기할 것과 6개월 내에 남한의 예비군, 북한의 노농적위대와 같은비정규군을 해체하자는 주장도 담겨있다. `포괄적 평화방안'은 북한이 과거 50년대부터 지난 88년까지 200여차례에 걸쳐 주장한 군축방안 가운데 가장 구체적으로 다듬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후 김일성 주석은 지난 90년 5월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남한의 국회) 제9기 1차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북한의 군축방안을 새롭게 주장했고 이는 90년 9월 서울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에 참석한 연형묵 당시 북한 총리의 기조연설에서 드러났다. `포괄적 평화방안'과 내용은 유사하지만 연 총리의 연설 내용은 병력ㆍ무기 감축의 시한을 구체적으로 못박지 않은 것은 물론 남북한이 주도적인 입장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유도해 나가자는 쪽으로 선회하는 등 유연한 자세를 취한 것이 특징이다. 당시 연 총리의 주장은 정치ㆍ군사적 대결 해소를 위해 남북한 모두 외국 군대와의 합동훈련을 제한하고 비무장지대 내의 군사시설을 모두 철거해 평화지대로 만드는 등 신뢰분위기를 조성한 뒤 3∼4년 동안 쌍방의 병력을 30만명선, 다시 20만명선으로 줄인 뒤 마지막에는 각각 10만명 이하로 유지하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또한 군사장비도 생산이나 기술개발 중단은 물론 축소 폐기를 추진하며 비정규군을 해체해야 한다. 이는 군축을 통해 재래식 무기나 병력은 물론 대량살상 무기의 일괄적인 협상을의도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 연 총리는 "북과 남은 조선반도에서 일체의 외국군대를 철수시키기 위하여공동으로 노력한다"고 밝혀 주한미군 철수에 대한 미국측의 의무를 강조한 `포괄적평화방안'보다는 한층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 등장 이후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 및 남북한 군축 병행이라는 기존의 입장에서 벗어나 주한미군 철수를 군축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해 4월 16일 논평을 통해 "조선반도에서 군축과관련해 명백히 말해 둘 것은 북과 남의 무력축감(감축) 문제는 남조선에서 미제침략군이 완전히 철수한 후 연방제 통일의 진척과정에 상응하게 북남 사이에 다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남북한 군축과 병행해 주한미군 철수를 추진하자는 예전의 입장에서 다소후퇴한 것으로, 북한이 기존의 군축방안을 수정해 새로운 안을 마련했음을 시사하는대목이다. 따라서 북한의 대량살상 무기와 재래식 무기 문제가 부각될 경우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를 군축의 선결과제로 또 다시 제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심규석기자 nks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