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방한을 하루 앞둔 18일 북한방송 보도물에는 강경ㆍ유화라는 양면적인 모습이 엿보이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한반도 정세를 긴장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다른 측면에서는 한반도 평화ㆍ안정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등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북한은 이날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을 통해 `부시의 악의 축 론은 정치문맹자의 잠꼬대', `전쟁위험 제거는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 보장의 절박한 요구'라는 제목의 보도물을 잇따라 내보냈다. 이들 보도물의 공통된 내용은 북한이 `악의 축'에 끼일 하등의 이유가 없으며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적대시 정책 때문에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조속한 주한미군 철수와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 전환을 강력히 촉구하는 등 부시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불만이 가득한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표면상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신랄하게 비난하고 있는 것처럼 비쳐지지만 내면에는 유화적인 제스처가 담겨있는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비난한 `전쟁위험 제거는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 보장의 절박한 요구'라는 제목의 이날 보도물은 지난달 20일과 이달 3일 나왔던 보도물과 대동소이하지만 표현 자체가 상당히 완화돼 있다. 이전 보도물에는 `미제'라는 거친 용어가 곳곳에 끼어 있었지만 이번에는 미제라는 표현 일부가 미국으로 바뀌었는가 하면 "미제의 새 조선전쟁 도발 책동"이라든지 "반미ㆍ반전 투쟁에 적극 떨쳐나서야 할 것"이라는 대목은 빠졌다. 오히려 "조선반도의 전쟁위험을 가시며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하여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북한 당국의 평화의지를 강조하는 대목이 추가돼 있다. 특히 지난 96년 4월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이 한ㆍ미 정상회담 참석차 제주도를 찾았을 때 북한은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신랄하게 비난하며 방한을 반대했지만 이번에는 예전처럼 강경하지 않다는 점도 유화적인 제스처의 하나로 꼽힌다. 실제로 당시 조선중앙통신은 클린턴 대통령의 방한계획을 `반역행위', `파멸의길' 등을 운운하며 "남조선 괴뢰들에게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거나 호전광들을 고무시키는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며 방한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그렇지만 북한은 부시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부시의 남조선 행각은 전쟁행각, 반통일행각이다'라는 제목의 지난 15일자 평양방송 보도물 끝부분에서 "대북 강경정책의 연장인 남조선 행각을 당장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을 뿐 눈에 띌 만한 특별한 논평을 내놓지는 않았다. 일부에서는 "북ㆍ미 대화 재개를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분위기가 조성됨에 따라 북한 당국이 북ㆍ미 관계개선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비난을 자제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심규석기자 nks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