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이번 만남은 세번째이다. 지난해 3월 부시 대통령 취임 직후 워싱턴에서 이뤄진 첫번째 회담은 그리 좋은 결과를 낳지 못했다는게 대체적인 평가이다. 양국 정상은 포용정책의 기조위에서 한.미 동맹을 강화하기로 하는 등 대북정책의 밑그림에는 공감대를 이뤄냈으나 대북 접근 방법에 대해서는 현격한 시각차를 노출했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은 핵 미사일 문제 등과 관련, 엄격한 검증과 투명성을 강조한 뒤 "북한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대해 '회의적'(Skepticism)이라고 표현, 극도의 불신감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이 말은 곧 "북한이 변화하고 있다는 김 대통령의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돼 상당한 후유증을 낳았다. 그는 공동기자회견장에서도 김 대통령을 외교의전상 파격적인 '이사람'(This man)으로 지칭, 논란을 빚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상하이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 도중 가졌던 양국간 두번째 정상회담의 분위기는 첫번째와 사뭇 달랐다. 부시 대통령은 '생큐''베리 굿'등을 연발했고 'This man'은 '우리의 친구(Our friend)'로 바뀌었다. 그렇지만 그때도 대북인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김 위원장이 너무 의심이 많고,너무 비밀스러운데 대해 실망했다"고 비판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이 또다시 의외의 '말한마디'를 던지지 않을까 정부 당국자들이 노심초사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