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취임 후 첫 방한을 앞두고 '핵,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문제는 미국이, 재래식 군비 문제는 한국이 주도권을 갖고 북한과 협상한다'는 한미 역할분담론이 어떻게 될지 주목된다. 특히 부시 대통령이 지난달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국정연설 이후 거듭 휴전선 인근 북한의 장사포 등 재래식 무기 후방철수 문제를 잇따라 거론하는 등 미국이 재래식 군비문제의 협상 당사자로 깊숙이 관여할 뜻을 시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20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간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 역할분담론이 재론될 지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역할분담론에 대해 특별히 논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일각에서는 이미 한미 역할분담론이 무의미해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이 재래식 군비 문제에 관여할 뜻이 분명한 상태에서 우리 정부가 한미간 역할분담을 재론할수록 한미간의 시각차이만 노정시킨다는 점에서 정부가 사실상 엄격한 역할분담론을 포기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 당국자도 18일 "이제 역할분담론은 없으며, 한미간에 공동노력하는 것일뿐"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당국자는 "한미 역할분담론이 꼭 재래식 무기 문제는 한국만이, WMD 문제는 미국만이 북한과 얘기한다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다시말해 미국은 재래식무기 문제에 에 관여하고 우리도 북한의 WMD 문제를 다뤄나가는 형태로 복합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정부 내에서는 또 재래식무기 문제를 우리 정부가 북한과 협상하고 싶어도 대화를 진전시킬 실질적인 `지렛대'가 없는데다가 북한이 우리 보다는 미국과의 논의를주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북미대화 재개시 북한의 재래식 군비 문제를 얘기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하면서도 정부 당국자들은 부담스런 표정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한 당국자는 "미국은 재래식 무기와 관련해 `엔딩 골'(마지막 목표)을 언급하고있는 반면 우리는 그에 앞서 지난 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 있는 대로 핫라인 구축 등초기 단계에 강조점을 두는 `선 신뢰구축, 후 군비축소'의 기본방침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미 양국 정부는 이미 국방부 등 관계당국자들이 참여한 실무연구그룹을구성, 대북 군사적 신뢰구축조치(CBMs) 방안 마련에 대한 들어간 상태로, 이번 정상회담 후 실무진간 대북전략 마련 방향이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훈기자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