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오는 20일 조지 W 부시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15일 낮 강영훈(姜英勳) 이홍구(李洪九)전 총리, 정대(正大) 조계종 총무원장 등 각계 원로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김 대통령이 정상외교를 앞두고 각계 인사들의 의견수렴 절차를 가진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향후 한반도 정세의 중대고비가 될 한미 정상회담에 매우 신중하게 대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김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국가적인 지도자들을 모시고 고견을 듣고자 오늘 자리를 마련했다"면서 주로 참석자들의 의견을 청취하는데 주력했다. 이날 간담회는 참석자들이 임성준(任晟準) 외교안보 수석으로부터 한미 정상회담 준비상황에 대해 간략하게 보고를 받은뒤 돌아가면서 의견을 개진하는 형식으로 2시간 10여분간 진행됐다. 다음은 간담회 대화록 요지. ▲강영훈 전 총리 = 우리나라 사람들이 '악의 축' 발언에 대해 과도한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 우리 국민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고 국회의원들이 항의 방문을 한것은 좋게 보이지 않는다. 부시 대통령 방한시 김 대통령이 잘 설명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대 스님 = 미국은 힘이 있는 국가이다. 이번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에 대해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는 걱정이 많다. 남북관계가 간신히 열렸고 평양과 금강산을 왔다갔다 하는 것은 과거에 꿈이나 꾸었던 일인가. 소중하고 조심스럽게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상훈(李相薰) 재향군인회 회장 = 우선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한미 동맹관계의 중요성을 재천명할 것이라는 점을 대단히 반갑게 생각한다. 그 점이 중요하다. `악의 축' 발언 이후 한미간 공조가 차질을 빚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한미정상회담은 그러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계기가 돼야 한다. 김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을 당시 대량 살상무기 문제에 관해 말씀했다는 것을 미국에서는 잘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대량 살상무기에 대해서는 한·미간에 이견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이야기해 주기 바라며 이미 남북간에도 대량 살상무기 문제를 제기했었다는 점을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강문규(姜汶奎) 새마을운동중앙협의회 회장 = 2주전 평양을 방문했는데 평양에 도착한 바로 그 다음 날 부시 대통령의 연두교서 발표가 있었다. 민간단체간에 접촉한 것이므로 북측의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부시 대통령이 북한은 들러리로 끼운 것인지, 아니면 진짜로 포함시킨 것인지 궁금해하는 분위기였다. ▲김종수(金宗秀)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사무총장 = 19일 금강산에서의 남북 민간교류행사가 예정돼 있었으나 작은 실수가 불러올 수 있는 파장을 우려해 행사를연기했다. 7개 종단이 모여 `우리는 한반도에서의 어떠한 종류의 전쟁도 원치 않는다'라는 입장을 부시 대통령에게 전달할 것이다. 그러나 반미는 절대로 아니며, 또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김동완(金東完) 한국기독교협의회 총무 = 이번 방한에서 평화선언을 이끌어낼수 있기를 기대한다. 7개 종단이 미국대사를 초청, 정중하게 예의를 갖춰 `화해와평화를 위한 선언을 원한다. 한반도에서의 어떠한 종류의 전쟁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전달하려고 한다. ▲김경원(金瓊元) 전 주미대사 = 앞으로 2, 3년이 중요하다. 내년으로 다가온경수로 문제, 북한의 핵사찰 문제 등 중요한 시기를 앞두고 있다. 미국이 그때의 북한의 행동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 그와 같은 때가 오기전에 북한과 대화를 통해 긴장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이홍구 전 총리 = 부시 대통령이나 미국이 9.11 사태 이후 대단한 충격을 받았고 아직도 그러한 충격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우방으로서 충분히 위로하고이해할 필요가 있다. ▲강영훈 전 총리 = 한미간의 공조와 한미동맹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북한의 변화를 직접 피부로 느끼거나 목격하고 있는 우리 입장과 먼 거리에 떨어져 있는미국은 북한에 대한 이해가 다르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김 대통령 = 작년 10월 상하이(上海)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서부시 대통령을 만났을 때 이러한 뜻을 전달했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서 의구심을 갖는다고 말하는데, 민주주의자가 공산주의자를 못 믿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못 믿는다는 것과, 평화와 국가이익을 위해서 대화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미국도소련을 악의 제국으로 규정한 바 있으나 결국 미.소 대립도 군사력으로서가 아니라데탕트(화해)로 풀어냈고 데탕트로 소련은 붕괴되었다. 물론 튼튼한 군사적 배경은기본적인 전제이다. 닉슨은 국교가 없었던 중국인들을 만나러 중국까지 갔으며 그것이 중국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소련과 중국을 변화시킨 레이건이나 닉슨이나모두다 공화당 출신 대통령이었다. 지난 6.15 정상회담 당시 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문제가 해결되어야 하는데 이는 북미간 대화로 풀어야 하며, 북미간에 대화가이루어질 수 있도록 우리도 협력하겠다'라는 뜻을 전했으며 그러한 내용이 포함된문서를 만들어 북측에 전달했다. 그리고 돌아와서 미국 측에도 이와 같은 대화와 문건 전달 사실을 미국측에 설명한 바 있다. 우리는 한미동맹을 확고히 하고 테러에반대하며 대량살상무기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는데 미국과 차이가 없다.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데도 차이가 없다고 본다. 2003년은 한반도에 중대한 시기가 될 것이다.이에 대한 상당한 대비가 필요하다. 확고한 안보의 기반 위에서 대화로서 성공하지못하는 경우가 없었다. 우리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앞에서 말한 네 가지의 원칙을 확고하게 유지해 나갈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정재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