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연두교서에서 북한을'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북한이 이에 대해 '선전포고'라고 반발하고 나섬에 따라 지난해 제6차 장관급 회담 이후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는 남북관계 역시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에 빠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작년 공화당의 부시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대북정책 재검토를 발표하고 북한에대한 보수적 자세를 견지하자 북한은 3월13일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5차 장관급회담을 연기시켰다는 점에서 북미관계 악화는 남북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북한도 미국과의 관계를 남북관계를 구성하는 중요한 축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보수적 정책 전환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적극적 의지 실현의 커다란 걸림돌이 되어왔다. 이에 따라 올들어 이산가족 상봉 및 중소규모 당국회담 재개 등 남측의 대화재개 기대는 당분간 작동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달 29일 대한적십자사가 제의한 제4차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 재개에 대해 북측이 아직 아무 답변을 하지 않고 있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북측은 오는 19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를 지켜보고 향후 미국의 대한반도 내지 대북정책에 따라 남한 및 미국에 대한 움직임을 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특히 정부는 부시 대통령의 방한 때 북한에 대한 유화적 분위기를 전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전해지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과 미국이 레토릭을 주고받으면서 서로 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표면적 대립 속에서도 대화가 열릴 수 있다"며 "테러사태의 와중에서도 장관급회담이 열렸던 것처럼 남북간 대화가 재개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측은 북측이 조속히 남북대화에 나옴으로써 선(先)남북대화-후(後)북미대화를 주장하고 있는 미국에 대화재개를 촉구할 명분을 축적할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중간선거가 다가오고 있는만큼 미국도 북한에 대해 강경한 자세만을 유지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과거 북미관계의 사례에서 보듯 오히려 첨예한대립은 상호간 대화의 수요를 높인다는 점에서 북미대화가 재개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북미간 대립 속에서 남북관계가 일정 기간 우여곡절의 과정을 거치더라도 국면의 결정적 전환점이 되지는 않겠지만 이산가족문제, 금강산 관광 등 남북간 현안을 논의할 대화채널은 재가동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기자 j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