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첫 국정연설에서 이라크 이란과 함께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직접 지목,북한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강경한 입장이 또다시 확인됐다. 이에따라 다음달 부시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더라도 북.미나 남북간의 긴장관계를 녹일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악의 축'' 지목 의미=부시 대통령이 이날 국정연설에서 3개 국가를 지목한 데 대해 뉴욕타임스는 2차 대전 당시 서구 진영을 상대로 전쟁을 벌인 독일 이탈리아 일본을 상기시켰다고 해석했다. 동시에 아프가니스탄 이후 미국이 서방 국가들과 함께 벌일 테러 전쟁의 다음 목표에 대한 개념을 부시 대통령이 어떻게 잡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게 해줬다고 분석했다. 부시 대통령이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국가로 이들 3개 국가를 지목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말 백악관 기자회견 때도 이들 국가가 대량 살상무기 개발에 대한 사찰을 계속 거부할 경우 그 대가를 지불케 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그러나 아프간 전쟁 승리에도 불구하고 테러전쟁의 수위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첫 국정연설 자리에서 직접 3개 국가를 거론했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북·미,남·북 관계=부시 대통령의 이번 언급으로 북한과 미국은 당분간 대화 테이블에 마주앉기는 힘들게 됐다는 분석이 강하다. 부시 대통령의 연설이 대북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북한 재래식 군사력 감축과 미사일 문제 해결,핵사찰 등에 대해 양보할 수 없음을 분명히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남북 관계에도 적신호가 켜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부시 연설과 연계해 남측과의 대화에 선뜻 나서지 않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당장 지난 29일 북한에 제의한 이산가족 상봉의 차질이 우려된다. 또 북한이 올들어 대화재개 의사를 표명해옴에 따라 지난해 11월 장관급회담 이후 교착 상태에 빠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금강산 관광이나 쌀 지원을 위한 2차경제협력추진위원회 회의 등이 ''발목''을 잡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홍영식 기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