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단행된 개각에서 노동부 수장에 오른 방용석(57)장관은 한국모방, 원풍모방의 노조지부장을 지낸 70,80년대 민주노조 운동의 산증인이다. 고교 졸업후 지난 70년 원풍의 전신인 한국모방에 입사해 쥐꼬리만한 월급도 제때에 받지 못하는 열악한 노동자들의 삶에 자극받아 노동운동에 투신했다. 당시 원풍모방 노조는 민주노조를 설립한 72년부터 정부와 사용자쪽에 의해 강제 해체된 82년까지 10여년간 군사독재에 저항, 민주노조 운동의 불을 지피고 끈질기게 명맥을 이어왔다. 대부분의 민주노조들이 70년대말 당국의 탄압에 못이겨 와해된 것과는 달리 원풍모방 노조는 여성 노조원이 중심이 돼 서슬퍼런 80년대 초까지 정권과 사용자측에 맞서왔다. 80년 광주항쟁 이후에는 광주 희생자돕기 모금운동에 1천700여명의 조합원들이 참여해 모은 돈을 광주 윤공희 대주교에게 전달했다. 이를 빌미로 계엄사령부는 ''정화조치''를 통해 노조 간부 16명을 강제 사직시키고 4명을 삼청교육대로 보냈다. 급기야 82년엔 경찰과 회사간부, 폭력배가 동원돼 원풍 노조 사무실을 폐쇄했고,이에 저항하던 570여명의 노동자들을 모두 강제로 고향으로 내려보낸 뒤 경찰서장,농협장, 면장 등에게 귀경하지 못하도록 감시하도록 했다. 이 때 방씨를 비롯한 8명의 노조 간부들이 노동쟁의조정법과 집시법 등 위반으로 구속됐다. 그는 원풍노조가 와해된 뒤 84년 동료들과 한국노동자복지협의회를 만들어 민주노조 활동을 지원했다. 지난 93년 김근태씨 등을 비롯한 재야 활동가와 함께 민주대연합을 기치로 한 통일시대 민주주의 국민회의를 창립하고 공동대표로 활동하던중 김씨 등과 함께 국민회의에 입당했으며 이후 15대 국회의원(전국구)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그는 원풍모방 사건과 관련, 지난해 3월 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및 명예회복추진위로부터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받았다. 개각이 발표된 이날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노동계는 이례적으로 성명을 통해 "노동자의 처지를 잘 이해하리라는 점에 주목한다", "대체로 무난한 인사"라며 노동자의 아픔을 어루만지려는 의지와 정책비전을 주문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성한 기자 ofcour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