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29일 단행한 개각은 이한동(李漢東) 총리와 진념(陳 稔) 경제부총리 등 내각의 주요 포스트를 유임시킴으로써 내각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을 수혈, 국정운영의 효율성을높이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적을 갖고 있는 정치인 출신 장관들을 전면교체, ''탈(脫) 정치형'' 진용을 갖추고 비호남 출신들을 대거 기용함으로써 ''탕평인사''를 선보였다는 점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한마디로 이번 개각은 최근의 게이트 정국을 극복하고 ''일하는 실무형''으로 내각의 진용을 짜 임기말 국정을 차질없이 마무리하겠다는 김 대통령의 향후 국정운영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김 대통령이 신임이 두터운 박지원(朴智元) 전 청와대정책기획수석을 정책기획 특보로 재기용하고 경제전문가인 전윤철(田允喆) 기획예산처 장관을 청와대 비서실장에 발탁하는 등 청와대를 ''친정체제''로 보강개편한 것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우선 이 총리를 유임시킨 것은 내각의 안정성을 유지함과 동시에 총리를 교체할경우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상황에서 후임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와 임명동의 절차를 받기가 여의치 않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관측된다. 경제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사령탑인 진 념 경제부총리를 유임시킨 것과 같은 맥락이다. 대신 김 대통령은 김영환(金榮煥) 과학기술, 장재식(張在植) 산업자원, 김원길(金元吉) 보건복지, 유용태(劉容泰) 노동장관 등 당적을 보유하고 있는 정치인 출신장관들을 전면교체, 정치에 개입하지 않고 국정에 전념하겠다는 민주당 총재직 사퇴의 의미를 이번 개각을 통해 거듭 확인했다. 이와 관련, 교육부총리로 임명된 이상주(李相周)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번 개각의 특징으로 ▲국정안정을 위한 총리와 경제팀 유임 ▲전문성 중시 ▲지역안배 ▲50대 신진인사 발탁 ▲선거중립 내각을 위한 정당출신의 당 복귀 등 5가지를 꼽았다. ''일하는 내각''으로 새 진용을 갖추려는 김 대통령의 의중은 새로 임명된 장관들이 대부분 관료 출신이나 실무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이라는 점에서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이는 통일부 차관을 지낸 대북전문가인 정세현(丁世鉉) 국정원장 특보를 남북관계를 총괄하는 통일부 장관에 기용한 것을 비롯, 한국과학기술연구소에서 잔뼈가 굳은 채영복(蔡永福)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을 기용한데서 잘 알 수 있다. 특히 김 대통령은 신국환(辛國煥) 전 산자부 장관을 재기용한 점이 눈길을 끈다. 이는 신임 신 장관이 비록 자민련 출신이기는 하지만 일처리가 뛰어나고 구 상공부의 요직을 두루 거친 정통관료라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신임 이태복(李泰馥) 보건복지 장관, 방용석(方鏞錫) 노동부 장관 등도각각 청와대 복지노동수석과 노동운동 경험을 갖춘 전문가로 볼 수 있다. 물론 이상주 청와대 비서실장을 교육부총리로 내각에 포진시킨 것도, 그가 강원대, 울산대, 한림대 등 대학총장을 3번이나 역임한 교육전문가라는 점이 감안된 것이다. 또 장관급 9명이 교체된 이번 개각에선 철저한 지역안배를 고려한 흔적이 엿보이고 있다. 새로 임명된 9명의 장관 및 장관급 인사를 지역별로 보면 영남(3명), 호남(3명),충청(2명), 강원(1명) 등이다. 그러나 야당측이 당장 "이 총리를 유임시키는 등 국정쇄신 분위기를 엿볼 수 없다"고 비판하면서 공세에 나서고 있는 점이 김 대통령으로선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특히 이번 개각에 대해 `이용호 게이트''를 비롯한 각종 비리 의혹사건을 무마하려는 `국면전환용'' 개각이 아니냐면서 총리와 국정원장 교체 등 `중립내각'' 요구가 수용되지 않은데 대해 강력 반발하는 등 후유증이 뒤따를 조짐이다. (서울=연합뉴스) 정재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