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동영 상임고문은 만 48세로 대권도전을 선언한 여야후보중 최연소 주자다. 김대중 김영삼 의원이 ''40대 기수론''을 제기한 지난 70년대를 연상케 한다. 정 고문도 이를 의식한듯 세대교체론을 이번 대선전의 주요 화두로 던졌다. 그는 지난 23일 여의도 보이스카웃빌딩에 있는 경선캠프에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세대교체에 의한 정치혁명이 일어나야 한다"며 "낡은 정치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젊고 역동적인 현장형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대담 = 김영규 < 정치부장 > ] ----------------------------------------------------------------- -대선 경선출마를 선언하면서 ''정치혁명''을 강조했습니다. 정치혁명의 요체는 무엇입니까. "우리는 지난 50년간 경제 사회 문화 등에서 압축혁명을 달성했습니다. 그러나 정치분야는 여전히 후진구조로 남아 있습니다. 이제 정치혁명을 이뤄야 합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퇴임 이후에도 3김정치는 이어질 수 있습니다. 성은 달라도 여야에 3김정치의 유산을 물려받은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회창 총재의 경우 성만 이씨지 사실은 3김정치의 상속자라고 생각합니다. 세대교체 혁명은 3김정치의 종언을 의미합니다" -3김정치가 안고 있는 가장 부정적인 유산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1인 지배, 제왕적 지배입니다. 총재가 정당을 만들 수도, 부술 수도 있고 공천권 조직권 인사권 재정권 정책권 등 모든 것을 한손에 틀어쥐는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3김정치의 아류로는 정치혁명을 이룰 수 없습니다. 기성의 뿌리에서는 새로운 싹이 나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변혁기의 리더십은 과거의 조직, 과거의 기반, 과거의 틀로부터 자유로운 곳에서 생성됩니다" -이인제 상임고문도 50대 초반의 젊은 주자입니다. 이 고문과는 어떤점이 다르다고 생각하십니까. "걸어온 길이 다릅니다. 저는 철들고 부터 지금까지 옳다고 믿는 방향을 향해 한걸음씩 전진해 왔습니다. 그것은 권력에 대한 추구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그 점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정 고문은 당내 후발주자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케네디로 비유되면서 인기가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성정치가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국민은 가슴 속에서 뭔가 새로운 정치적 대안을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나와 있는 후보들은 그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권 출마를 결심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케네디는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43세 밖에 안된 재선 상원의원이었습니다. 원내총무나 장관을 지낸 것도 아니었습니다. 당연히 정치권으로부터 ''성급한 젊은이''란 소릴 들었습니다. 그런 차가운 시선을 뚫고 도전에 성공했습니다. 그는 40대 초반의 젊은이였기 때문에 시적인 감수성을 갖고 인간을 달나라에 보내는 거대비전을 제시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한국에도 젊고 역동적인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최근 ''CEO 대통령''의 필요성을 거론하는 대선주자들이 많습니다. 정 고문도 CEO 대통령론에 동감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국민은행 김정태 행장 등 성공한 CEO들과 만나왔습니다. 이들의 핵심은 현장형 리더십이었습니다. 높은 사장실에 혼자 고고히 앉아서 회전의자에 군림하는 CEO는 없었습니다. 모두 발로 밑바닥을 뛰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앞으로 대통령은 권위주의적 행태를 벗어던지고 현장을 뛰는 유능하고 민주적인 조정자가 돼야 합니다" -청와대 집무실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인 것 같습니다. 청와대 기능이 어떻게 바뀌어야 합니까. "집무실 폐지는 효율화를 위한 것입니다. 지금의 청와대는 일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의전을 위한 공간입니다. 대통령은 정부종합청사에 출근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기능적 문제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대통령 책임제입니다. 대통령이 수석비서관들과 장관들의 보좌를 받아 정책을 결정하고 책임을 져야 합니다. 지금의 총리제는 대통령 책임제의 장애물입니다. 총리는 수석장관으로 ''체크 앤드 모니터'' 기능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대통령은 직접 팔을 걷어붙이는 현장형 리더십을 가져야 합니다" -요즘 현 정부의 인사정책에 대한 비판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CEO가 동업자를 찾을 때와 마찬가지입니다. 과거 처럼 돈을 빌려 썼다든지 친하다든지 해서 발탁하면 안됩니다. 새로운 정부는 인사의 3대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첫째 인재풀은 전국에서 찾아야 합니다. 둘째 최고의 인재를 구해야 합니다. 셋째 시스템에 의존해야 합니다. 지금은 시스템보다 측근, 비선, 실세가 인사를 좌우합니다. 이것이 인사병폐의 핵심입니다. 국가쇄신의 핵심은 인사쇄신입니다. 저는 측근도 없고 실세, 가신도 없습니다. 그것이 장점이요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의 호남후보라는게 약점이 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정치를 시작한 이래 제가 어디서 출생했는지 의식한 적이 없습니다. 지금 젊은 세대를 만나면 광주든 부산이든 제주든 사투리를 잘 쓰지 않습니다. 젊은 세대는 서로에게 고향이 어디냐고 묻지 않습니다. 바로 그같은 낡은 기반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정치를 하고 싶습니다" -경선자금이 1백억원 이상 소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선거자금은 어떻게 확보할 계획입니까. "법을 지켜야 합니다. 저는 정치를 시작한 이래 자금을 1백% 후원회를 통해 마련했습니다. 모든 경선자금을 공개하겠습니다. 올해 정치인의 정치자금 모금한도는 6억원입니다. 그 이상 모금하고 그 이상 쓰는 것은 정치자금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각 후보가 정치자금법을 위반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해야 합니다" -기업들은 정부의 규제가 기업활동을 위축시킨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정부의 개입이 더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정부는 기업에 대한 규제마인드를 버리고 서비스마인드를 가져야 합니다. 국민의 정부 초기에 1만건에 이르는 총량규제를 대략 5천건으로 줄였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새로 2천5백건이 생겨났습니다. 새로 생긴 2천5백건의 규제가 바로 관료주의의 함정입니다. 이런 부분을 혁파해야 합니다. 얼마전 김영사 박은주 사장이 ''책을 사가는 집단은 기업''이라는 얘기를 했습니다. 기업은 생존을 위해 책을 읽습니다. 제일 앞서 있습니다" 정리=윤기동 기자 yoonkd@hankyung.com